[스타트업 창조경제 싹튼다] 부산혁신센터, ‘창조의 신(샤픈고트)’에게 날개를 달아주다.

2015-09-03 00:01
샤픈고트, '문콕 방지용' 아이디어 상품으로 9월부터 롯데마트 입점
올해 연말까지 매출 20~30억 달성 기대

[샤픈고트 권익환 대표가 외국 박람회 현장에서 외극 바이어에게 '도어프로텍터 DEPS(뎁스)'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샤픈고트 제공]


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창조의 신'이 부산창조혁신센터의 도움으로 날개를 펴게 됐다.

20~30대 젊은이들은 집 보다 자동차를 먼저 구입한다. 자가용은 구입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첫 만남의 설렘을 기억하고 있다. 차량 가격이 수백만원에 불과한 중고차이거나 수천만원짜리 수입차라고 해도 마찬가지 기분일 것이다.

하지만 새 차와의 반가운 만남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 있다. 바로 '문콕'이다. 옆 차량의 부주의로 문짝에 흠집을 내는 '문콕'은 신차 구입자에게 거의 '테러' 수준의 고통이다. 그만큼 속이 상한다는 것을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때문에 인터넷에서 관련 단어를 검색해 보면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분노의 글들이 넘쳐난다.

이런 가운데 이미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제품이 있다. 부산에 위치한 벤처기업 샤픈고트가 출시한 '도어프로텍터 DEPS(뎁스)'가 그것이다.

이 제품이 세상에 빛을 본 것은 우연한 기회에서부터 시작됐다. 한 때 수입자동차 회사의 마케터로 근무하던 이 회사 권익환 대표(37)가 차량 구매 고객들로부터 자주 들은 '문콕 테러'의 하소연을 바탕으로 아이어디어를 짜내 2010년 특허를 출원했다.

단순한 아이디어가 제품화되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1년 정도의 개발기간과 수천만원의 비용이면 양산에 성공할 줄 알았던 제품은 2년이 지나고 3년이 흘러도 대량 양산에 도달하지 못했다.

차량에 공통으로 적용될 수 있는 범용성, 한 겨울의 추위와 한 여름의 폭염, 장마와 고압세차까지. 이런 악조건을 모두 견딜 수 있는 제품이라는 것은 차량 액세서리가 아니라 차라리 군사용품 수준의 내구성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문콕 방지 제품에 대한 고정된 초창기 시각도 제품 양산을 위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줬다. 실사 나온 기관원이나 IR 자리에서 나오는 질문이란 '그게 팔리기는 하겠냐?'며 반문했을 정도였다.

한 푼의 투자도 받지 못하고 총 개발비 7억원에 부채는 5억원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샤픈고트 권익환 대표. 사진=샤픈고트 제공]


그러나 시련을 거듭한 결과 독일어로 '창조의 신'을 의미하는 회사 이름처럼 새로운 창조를 이뤄냈다.

98학번으로 이른바 IMF 세대인 권 대표가 2012년 5월 샤픈고트를 창업한 후 첫 번째로 선보인 제품이 바로 DEPS(뎁스)다.

도어 엣지 프로텍션 시스템(Door Edge Protection System)의 약자인 이 제품은 세계 최초의 양방향 도어 프로텍션과 도난방지 기능 등 17건의 지적재산권과 6건의 국제인증도 취득했다.

2013년 시제품을 들고 세계 3대 신제품 발명 박람회 중 하나인 미국 피츠버그 신제품 발명 박람회에 참가해 당당하게 '금상'을 수상했다. 연이어 독일·브라질 등 외국 행사에서 호평을 받았고, 지난해 제49회 발명의 날에는 산업통상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자살을 결심했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던 권 대표에게 뜻밖의 투자자가 나타났다. 그동안 소량 생산에 의존하다 보니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없었고, 이로 인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투자자가 나타나면서 대량 양산이 가능해졌고, 가격경쟁력도 생겼다.

여기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 부산창조혁신센터에서 주관한 아이디어 경진대회였다. 

샤픈고트는 전국에서 3103개팀이 지원한 이 대회에서 57개를 뽑는 본선에 올랐고, 부산창조혁신센터(센터장 조홍근)와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됐다.

부산센터 측은 해당 기업에 필요한 채널과 지원정책을 모조리 찾아 최신 정보를 계속 제공했다. 파견나와 있던 롯데 임직원들은 본사와 유기적인 연락을 통해 샤픈고트가 안정적으로 납품할 수 있는 다양한 조언과 방법들을 안내했다. MD상담 기회도 주어졌다. 

당시 샤픈고트 제품은 지문 하나만 묻어도 반품할 정도로 까다로운 수입차 고객들에게 전체 물량의 90%가 넘게 판매될 만큼 인터넷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었다. 비록 벤처기업 제품이지만 품질과 브랜드 인지도에 대한 신뢰가 상당 부분 구축되어 있던 탓에 대형마트 납품은 급물살을 탔다.

자본금 1000만원으로 시작한 부채 5억원짜리 자본잠식 벤처기업은 이제 본격적인 판매를 앞두고 한껏 고무되어 있다.

권 대표는 내년에 처음으로 매출 목표를 달성하고 전년도 대비 1000% 이상 신장하며, 매출액 또한 전형적인 J커브를 그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후속 제품 개발도 상당 부분 진행되어 있어 제품이 제대로 보급만 되면 우리나라 주차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제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어프로텍터 뎁스 장착 모습. 사진=샤픈고트 제공]


샤픈고트는 9월 일본 전시회를 시작으로 중국 하얼빈, 일본 도쿄, 두바이, 독일 등 10월에만 4개국 전시회, 바이어 미팅 일정이 잇따라 잡혀 있다.

올해 상반기 까다로운 품질 수준을 요구하는 특급호텔 내 대기업 면세점에 입점한 것이다. 9월부터 롯데마트를 통해 일반 소비자들이 이 제품을 직접 만날 수 있게 됐다.

아직 시장에 제품이 깔리지 않았음에도 대형 오프라인 매장에서 연락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달 말에는 독일 수입차 회사 딜러 몇 곳과 프로모션용 납품 협의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