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세무사법 1조에 '세무행정의 원활한 수행과 납세의무의 적절한 이행을 도모함'이라고 되어 있다.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는 문제인데 세법은 계속 어려워진다. 가정 주치의처럼 세금 문제도 1가구의 세금을 평생 전담하는 세무사가 필요하다"

33년 3개월의 공직 생활동안 세법을 만들어 왔던 백운찬 한국세무사회 회장은 "평생 세법을 만들어 왔지만 내가 봐도 어렵다"면서 너털 웃음을 지었다. 

세금 징수의 타당성과 합리성을 부여하기 위해 아무리 쉽게 만들려해도 한계가 있다는 세법 이야기로 인터뷰 시간은 절반이 훌쩍 지나갔다.

다음달 9일은 세무사법이 제정·공포된지 54주년이 되는 날이다. 백 회장의 서초동 세무사회관에서 세무사회의 갈 길과 세무사에 대해 들어봤다. 

△차관급 관료 출신이 세무사회 회장에 출마해 화제를 모았다.
 
관료 생활만 33년 3개월이다. 선거는 인생에서 처음이었다. 궤변이 통하기도 하고 원칙이 흐려지기도 했다.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이 되고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생각한다.

지난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건, 국가 기능의 일정부분을 담당하는 세무사가 올바르게 인정받고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기여해보자는 생각이 회원들에게 통한 것 같다.


△세무사 경력이 짧아 선거 과정에서 어려움이 컸을텐데 어떻게 극복했나.

선거과정에서 일선의 세무사사무소 3500군데 방문했다. 고위공직자 재직때 해보지 못한 일이어서 처음엔 어색했지만, 점점 익숙한 일이 됐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세무사들의 여러 가지 고충, 어려움, 불만, 요구를 들을 수 있었고 그것을 기반삼아 공약도 만들고, 선거에 임했던 것 같다. 

선거에서 진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지만 잡음이 생기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까 걱정은 됐다. 하지만 세무사들의 현명한 선택으로 당선이 됐다.
 
차관급 고위공직자 출신이 세무사회 회장에 출마한 것, 그리고 당선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후배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 선거는 끝났다. 선거가 치열했던 만큼 회원들이 세무사회에 갖는 관심도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미 여러차례 밝힌 것처럼 1만 2000여 우리 세무사 회원들이 하나된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는 세무사회를 만들고자 앞장 설 것이다. 

회원들의 목소리에 항상 귀를 열어 두고 세무사회의 발전을 위한 건전한 건의는 적극적으로 검토해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세무사들의 주된 요구는 무엇인가.

회장이란 자리는 회원들을 대신하는 심부름꾼이다. 심부름꾼은 믿음직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저는 청와대, 총리실, 국회, 조세심판원, 세제실, 관세청 등 세금관련 분야에서 골고루 경험을 쌓았고, 그 과정에서 맺은 인맥이 넓어, 그런 것을 바탕으로 한 저에 대한 회원들의 믿음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회원들은 믿을 수 있는 심부름꾼을 필요로 했을 것이다.
 
세무사 업계도 대내외적으로 계속해서 도전과 시련을 겪고 있다. 어려운 문제를 잘 풀고 외부로부터 세무사업역이 침해받지 않도록 반듯하고 당당한 세무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회원들이 회장으로 뽑아준 것이 생각한다.

선거과정에서 회원들에게 약속한 업무영역, 전자신고세액공제, '세무사랑2(회계프로그램)'를 지키고, 성실신고확인 세액공제금액, 고용산재보험사무대행 지원금, 업무영역을 늘리고, 세무사 선발인원, 불요불급한 소모성 예산, 세무사 징계를 줄이고, 회원희망교육 지역별 실시, 직원인력난 개선, 실질적인 회원서비스 제공을 섬기겠다고 했다.

회원들이 뽑아 준 심부름꾼이니 이제 회원들과 한 약속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차근 차근 추진할 것이다.

△세무업계 전반적인 상황이 어떻나.

세무사회는 회계사에 대한 세무사자동자격부여 폐지, 세무사의 기업진단업무 획득 등 50년 숙원사업을 성취하고, 고용산재보험사무대행 등 새로운 업무영역도 많이 개척했다.

하지만, 우리 세무사업계를 둘러싼 대내외적 여건은 여전히 많은 도전과 시련을 겪고 있다. 일례로 변호사와 회계사 등은 우리에게 빼앗긴 업무영역을 되찾겠다며 관련법령의 재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납세협력비용 축소방침에 따라 세무사들에 대한 세재혜택도 자꾸 축소하려 한다.

지난 33년 3개월간의 공직생활 노하우와 경험, 인적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세무사회를 보다 당당하고 반듯한 세무사회로 만들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납세자와 정부의 중간에서 가교역할을 세무사가 잘 하도록 정부에 요구할 것은 당당하게 요구하고, 또 조세전문가로서 세수확보와 세정확보에 기여하는 세무사와 세무사회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일반 국민들이 세무사를 언제 어떻게 접하면 좋은가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죽음과 세금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세금 문제는 사람들이 살면서 반드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필수적인 것이다.

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세금과 관련한 용어 조차도 생소하고 어려운 것이 사실인데 전문가인 세무사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세무사회 차원에서 무료 세무 상담을 확대하고 회원들에게도 독려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이런 무료 상담을 일종의 재능기부로 인정해주고 재능기부에 대해서도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이 고려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기재부 세제실장으로 근무하던 시절부터 생각해왔던 것인데 외국에서는 재능기부도 기부로 인정하고 세제혜택을 준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꼭 금전적 기부만 기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세무사가 사회에 돈으로 기부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게 훨씬 효용이 클 것으로 생각한다.

더불어 성년후견인제도에 대해서도 점차 알리고 활성화시킬 예정이다. 이는 가정의 주치의가 가정의 질병 검진, 진료, 치료 등 건강에 모든 것을 책임지듯이 세무사와 개인이 계약을 체결하고 평생 세금 문제를 해결해주는 제도이다.

선진국에서는 활성화돼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에는 세무사회에서 진행한 방송광고가 화제였다.

국민들은 세금문제를 세무사에게 맡기고 사업에만 전념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그래서 세무사회는 ‘세무사를 알아두는 것이 생활의 지혜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통해 세무사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홍보해 왔다.

국민들의 반응도 좋았다. 그 동안 국민들은 세무사가 단순히 세금신고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방송광고를 통해서 세무사가 세금신고와 조세불복 뿐 아니라 복잡하 장부작성도 대신하고, 재무진단, 고용산재보험사무대행, 성년후견인 업무까지 모두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세무사의 역할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효과도 있었지만, 전국 1만2000 여명의 회원들도 대단한 자부심을 느꼈다.

△세무사회를 어떻게 운영하고 싶나.

회장 임기내에 반듯하고 당당한 세무사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등 국가기관과 납세자 사이에서 조력자 역할을 담당하는 우리 세무사의 입지가 위축되어 있다.

힘있는 세무사회, 그리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세무사로서 정부를 도울 일이 있다면 열심히 돕도록 하는 당당한 세무사회를 만들도록 하겠다.

우리 가슴에 달고 있는 세무사 배지가 더욱 당당하고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품격있는 세무사회를 만들기 위해 신명을 다 바칠 것이라 약속했다.

그리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고 사랑받는 세무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민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조직을 만들도록 하겠다.

그런 차원에서 세무사들이 국민들을 위해 무료로 세무상담을 보다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능기부차원에서도 좋고 전문자격사로서 국민들에게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세무상담을 무료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세무사회는 매년 납세자의날(3.3)과 세무사제도창설기념일(9월 9일)을 맞아 1주일간 전국의 1만2000여 회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무료세무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세무사회 무료세무상담실에는 전화상담을 통해 납세자들이 궁금해 하는 세금문제를 상시 해결해 주고 있다.

앞으로도 국민들을 위한 무료세무상담 기회를 더욱 확대해 세무사를 통해 어려운 세금문제를 해결하는데 세무사회가 앞정서도록 할 것이다.

△국세청이 세무사 비리에 대한 처벌 강화를 밝혔는데?

금품수수로 중징계 처분시 재등록 제한기간이 5년으로 규정하는 내용이 포함되었으나, 이는 변호사법, 공인회계사법, 법무사법 등에서도 징계처분으로 파면 또는 제명된 경우 재등록금지 기간을 5년으로 규정하고 있는 등 타자격사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서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무사법만 불리하게 개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또한, 세무사징계업무와 관련해 ‘형법’ 등 법률에 따른 벌칙 적용시 세무사징계위원회 외부위원을 공무원으로 의제토록 하는 내용이 개정안에 포함되었는데, 이는 세무사징계위원회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이다.

오히려 세무사징계위원회의 위상이 크게 제고되는 측면도 있다. 일부 비위 세무사가 전체인 것처럼 오인 받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세무사가 오늘도 열심히 납세자들을 위해 세무업무를 대리하고 있다. 우리 1만2000여 세무사들은 강력한 자정활동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보다 신뢰받고 사랑받는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백운찬 한국세무사회 회장은....] 
 
33년 3개월 공직 생활동안 세법 고민해온 '세법의 달인'

백운찬(56) 한국세무사회 회장은 행시 24회로 금융·세제 분야를 두루 접한 정통 행정관료 출신이다. 그는 국세청 진주세무서를 첫발로 공직에 입문했고 국세청, 재무부, 대통령비서실, 국회, 기획재정부 등을 거쳤다.

사무관 때는 일선 세무서에서 경험을 쌓고서 재무부에선 장기 주식·채권시장 발전계획, 금융실명제 도입 등 굵직한 정책 수립 때 실무를 맡았다. 

그는 특히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을 거쳐 재경부 세제실 조세지출예산과장과 소득세제과장을 역임하면서 현금영수증제도 도입에 참여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세정·세제·조세심판·금융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장이 되고선 근로장려세제(EITC) 도입, 부동산세제 합리화를 주도했다. 세제실장으로서 일감몰아주기 과세, 고소득자 탈세방지를 위한 성실신고확인제도, 금융과세 정상화 등 공정과세와 과세기반 확충을 이끌었다.

호방한 성격에 선이 굵고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조직 장악력도 돋보인다. 해군 중위 출신이며 10여 년의 수련으로 국선도 정각도(검은 띠) 과정까지 이수한 '고수'다.

주경야독으로 세무학 박사학위도 받았다. 부인 송은혜(54)씨와 사이에 1남1녀.

◇약력 △56년 경남 하동 △진주고·동아대 법학과·위스콘신대 공공정책학 석사 △국세청 진주세무서 △재무부 증권정책과·증권발행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재경부 세제실 조세지출예산과장·소득세제과장·조세정책과장 △재경부 근로장려세제 추진기획단 부단장·부동산실무기획단 부단장 △기획재정부 관세정책관·재산소비세정책관 △총리실 조세심판원장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관세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