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전부터 ‘예외 논란’…‘땜질 개정안’ 봇물
2015-08-20 17:04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이 시행 전부터 개정 여론에 시달리고 있다. 아직 1년이나 시행일이 남았지만, 법 적용 대상과 금품의 허용가액 범위 등을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개정 목소리는 농어촌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로부터 먼저 제기됐다. 이들은 농축수산물과 그 가공품을 김영란법 금품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발의, 추석명절을 앞두고 한층 여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김종태 새누리당 의원(경북 상주)이 이미 지난 17일 김영란법의 수수금지 금품에서 농축수산물과 을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현재 김영란법 시행령을 준비 중인 국민권익위는 허용되는 선물가액으로 5만~10만원을 검토중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5만원이 넘는 선물이 절대 다수이고, 특히 명절 농수축산물과 그 가공품은 더욱 그러하다. 실제 농협 축산경제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과일의 경우 5만원 이상 상품 매출액이 전체의 절반(50%)을 넘겼고, 한우선물세트는 5만원 미만은 2%에 불과하다.
김 의원은 “농축수산물 명절 선물 대다수가 5만원 이상”이라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농어민은 곶감, 한우, 과일 등을 한 박스도 판매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권익위가 시행령 개정을 위해 마련한 토론회에서도 김영란법 형사 처벌 예외 조항인 식비·경조사비·외부강연료 등의 허용 기준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한 법 적용대상이 사립학교 교직원 및 언론인까지 확대된 만큼 현실적인 금액 조정이 필요하며, 특히 강연료의 경우 직종별로 차등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아예 적용대상을 고위공직자로 다시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은 당초 취지대로 고위공직자로 적용대상을 한정하는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다. 공무원, 공공기관 종사자, 사립학교 교원, 언론인 등 최대 300만명에 달하는 등 적용 대상이 너무 광범위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위원장은 “김영란법은 과거에 죄가 되지 않던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 형법이기 때문에 대상을 최소화하고 처벌 규정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정청탁을 받은 대상도 문제지만, 공직자 자신이 청탁할때 이를 규제할 법률 조항이 없는 것도 김영란법의 맹점이다. 최근 국회의원들이 자녀 취업청탁을 하는 등 '갑질' 논란을 빚은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김영란법의 규제 대상은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이나 금품 증여·수수’ 행위로만 돼 있다. 앞서 자녀 취업청탁으로 물의를 빚은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은 정부법무공단에 부정한 청탁을 한 경우로, 김영란법을 어기게 된다. 반면 같은 부정청탁 경우지만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민간기업인 LG디스플레이를 상대로 한 터라,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이에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즉각 김영란법의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한규 서울변호사회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현행 김영란법은 공직자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금지하고 있지만 문제는 공직자의 부정한 청탁”이라며 “지위를 이용한 부정한 청탁을 근절하기 위해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