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고개만 끄덕인 아베의 사과

2015-08-18 14:33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중국신문사]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알았어. 미안하다고 몇 번을 말했냐. 이제 그만하자.”

받고도 마음이 불편한 사과가 있다. 진심없는 사과다. 당장의 난처한 처지에서 벗어나려고 대충 얼버무리는 회피형 사과,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추상적으로 미안하다고 하는 애매한 사과가 바로 그것이다.

이런 사과를 받으면 당장 “뭘 그만해. 아직 안 끝났어”, “도대체 뭐가 미안한데? 미안한 줄은 알아?” 라는 말이 튀어나오기 일쑤다. 싸움은 끝날 줄 모르고 관계는 파탄으로 치닫고 만다.

얼마 전 아베 총리의 사과가 그랬다. 아베 담화에는 “세계의 대세를 따랐다”, “지난 행동에 대해 거듭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명해왔다”, “후손에게 계속할 숙명을 지워선 안 된다”등의 문구가 담겨있었다. ‘그땐 어쩔 수 없었어. 그 동안 미안하다고 거듭 말했잖아. 이제 그만하자’는 말로 들렸던 건 기자의 지나친 억측일까.

무라야마 담화나 고노 담화에 비해 아베 담화엔 진심이 없었다. 그래서 가볍기 짝이 없었다. 중국 환구시보가 “무라야마 담화가 허리를 90도로 정중히 숙인 것이라면 아베 담화는 고개만 끄덕인 것에 불과하다”고 평론한 이유다.

‘미안해라는 말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는 팝송 제목처럼 사과는 쉽지 않은 일임을 안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통사람도 그러할진대 말 한마디가 천금같이 무겁다는 지도자에겐 오죽할까.

국내 지지율 하락과 정치적 비난 여론에 휩싸인 아베에겐 진심으로 사죄할 용기는 없었다.  과거의 과오를 인정하고 바로 잡을 용기, 사과에 따른 책임과 부담을 짊어질 용기 말이다. 아베의 그릇은 거기까지였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변하지 않는 사람에게 더 이상 기대할 건 없다.

우리도 똑같이 꽁해 있으면 결국 한·일 관계는 파탄으로 치달을 뿐이다. 이웃은 선택할 수 있어도 이웃 국가는 결코 선택할 수 없다. 용기없는 아베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기보단 이제 스스로 우리 갈 길을 향해 나아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