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담화, 각국 평가 엇갈려..."중국은 불편, 필리핀은 환영"
2015-08-16 15:08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지난 14일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 발표 이후 세계 곳곳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은 비판하고 나선 반면 필리핀과 미 백악관 등은 종전 이후 일본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주변국, “아베 담화, 진정성 없고 불충분했다”
중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아베 담화에 대해 ‘진정성이 없는 모호한 내용’, ‘교활한 담화’라며 대부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아베가 '침략', '사죄' ,'식민 지배', '깊은 반성' 등의 표현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모두 역대 내각의 발표 내용을 인용하거나 요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만도 아베 총리의 담화가 진정성이 없는 불충분한 내용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특히 일본 현직 각료와 국회의원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아베 총리 역시 신사에 공물을 보낸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16일 대만 언론에 따르면 마잉주 대만 총통은 전날 타이베이에서 열린 대만 광복 70주년 기념 특별전시회에 참석해 "일본이 역사를 직시하고 보다 진정성을 갖추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만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일본이 역사적 잘못을 반성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겠지만 일본 침략으로 고통 받은 국가의 국민 감정을 깊이 헤아려 군 위안부 문제 등 중국 침략시 저질렀던 만행에 대한 선의의 행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만 3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전날 일본 대사관 역할을 하는 일본교류협회 타이베이사무소 앞에서 본부 앞에서 아베 총리의 담화 등에 대해 항의시위를 벌였다.
다른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비판은 이어졌다. 아베 총리 담화 직후 AP 통신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아베 담화가 '불충분한 사죄'에 그쳤다고 꼬집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래 세대가 사회할 운명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표현을 통해 이웃 국가들을 화나게 할 위험을 안았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도 "아베 총리가 전후 50년 무라야마 담화의 사죄를 수용했을 뿐 직접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독일 공영 국제방송인 도이체벨레는 '일본으로부터 더 이상의 사과는 없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베 담화가 많은 피해 당사국들에 실망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탄탄한 입지 재확인…아베 내각 지지율 올라
아베 담화 발표 이후 비판하고 나선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과 달리 필리핀 정부는 종전 이후 일본의 행보를 호평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필리핀 외교부는 아베 총리 담화와 관련, 20세기 중반 이후 일본은 국제법에 따라 아시아와 세계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16일 필리핀 언론들이 전했다.
아베 총리가 전후 70년 담화에서 필리핀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 저지른 만행에 대해 진정한 반성의 뜻을 밝히지 않았는데도 긍정적으로 평가한 셈이다. 이는 일본이 필리핀 철도 사업 등에 약 2400억 엔(약 2조 2632억원)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주요 경제 개발사업에 대한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일본은 필리핀에 P3C 초계기와 레이더 장비 지원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의 중국해 영유권 분쟁도 필리핀과 일본 간 군사 공조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일본의 경제·군사적 지원 필요성이 커지면서 필리핀 정부의 친 일본 성향이 짙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도 아베 담화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아베 총리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가한 고통에 대해 '깊은 후회'를 표현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국제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겠다는 일본의 의도가 잘 담겼다"면서 "일본은 전후 70년 동안 평화와 민주주의, 법치에 대한 변함없는 약속을 보여줬으며 이런 기록은 모든 국가의 모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베 담화 발표 이후 일본 내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아베 내각 지지율은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내각 출범 이래 최저였던 지난달 조사결과(37.7%)에 비해 5.5% 포인트 상승한 43.2%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최근 원전 재가동 등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던 아베 정권이 담화 발표를 기점으로 정계 안팎의 긍정적인 여론을 발판 삼아 아베 총리가 각종 난국을 풀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