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천적관계, 불가사리를 잡아먹는 나팔고둥 포착

2015-08-16 12:00
홍도 수중에서 나팔고둥 등 5종의 멸종위기종 서식

나팔고둥이 불가사리를 포획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처음으로 나팔고둥이 불가사리를 포획하는 영상을 담았다. [사진=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한려해상국립공원 홍도에서 멸종위기종 야생생물 Ⅰ급인 나팔고둥이 불가사리를 잡아먹는 영상을 국내 최초로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이 영상은 국립공원연구원 해양연구센터가 한려해상국립공원 홍도에서 지난 5월 ‘국립공원 해양생태계 조사’를 수행하던 중 수심 20m에서 길이 19cm, 폭 8cm 정도 나팔고둥이 불가사리를 포식하는 순간을 촬영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불가사리는 고둥과 조개종류를 먹이로 하는데 나팔고둥만은 오히려 불가사리를 먹이로 한다. 나팔고둥이 서식하는 자연생태계 현장에서 불가사리를 잡아먹는 모습이 영상에 잡히기는 처음이다.

영상에서는 두 마리 빨강불가사리 중 한 마리가 나팔고둥 접근을 알아차리고 재빨리 도망을 가자, 나팔고둥이 다른 한 마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패각을 들었다 내리면서 빨강불가사리를 감싸 안아 서서히 촉수를 뻗어 포식하는 영상이다.

나팔고둥은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소라, 달팽이 등 복족류 중 가장 큰 종으로 다 자라면 크기가 30cm가 넘는다. 과거에는 악기(나팔)로 사용되기도 했다.

나팔고둥은 패각 무늬가 아름다워 수집가들에게 인기가 높았을 뿐만 아니라 식용으로도 이용됐다. 무분별한 남획과 연안생태계 훼손으로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현재는 제주도 등 일부 제한된 지역에서만 관찰된다.

한려해상국립공원 특정도서인 홍도 수중생태계는 감태 및 모자반류 등 우수한 해조류 군락이 바다에서 숲을 이루고 있다. 부채뿔산호, 가시산호류 등 산호충류 군집이 대규모로 살알 해양생물 산란장 및 보육장으로 뛰어난 수중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특히 멸종위기종 Ⅰ급인 나팔고둥을 비롯해 Ⅱ급인 둔한진총산호, 유착나무돌산호, 해송, 자색수지맨드라미 등 멸종위기종과 긴가지해송과 같은 천연기념물이 살아 보전가치가 매우 뛰어나다.

홍도는 국내 최대 괭이갈매기 번식지로 지난 1982년 천연기념물 355호로 지정됐고 철새 중간 기착지로 생태적·학술적 가치가 뛰어나 2013년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관리되는 섬이다. 일반인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신용석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공원연구원장은 “한려해상국립공원 홍도 주변해역은 수중생태계가 매우 우수하고 안정적인 먹이사슬을 구성하고 있는 해중생태계 핵심지역”이라며 “향후 지속적인 조사·연구와 함께 해중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서식지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