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롯데그룹 연일 압박…"국민연금 주주권 강화·日세무자료 내놔라"

2015-08-11 02:11

아주경제 김동욱, 석유선 기자 = 당정(黨政)이 롯데사태와 관련, 그 어느 때보다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른바 '형제의 난'을 방불케 한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사태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악화될 수록, 이들의 압박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10일 이번 사태로 공론화 된 롯데그룹에 대한 국민연금공단의 주주권한 강화 문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와 재벌총수의 해외계열사 지분현황 공시 의무화를 추진키로 한 지 나흘만에 새로운 롯데 압박 카드를 뽑아든 것이다.
 

당정(黨政)이 롯데사태와 관련, 그 어느 때보다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른바 '형제의 난'을 방불케 한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사태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악화될 수록, 이들의 압박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사진설명) 지난 9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과 면세점 소공점 앞 사거리의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있다. [남궁진웅 timeid@]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 등 국민연금 관계자를 국회로 불러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현황 등을 보고받았다.

앞서 롯데그룹 사태로 주가가 하락하면서 그룹계열사 지분을 대거 보유한 국민연금이 큰 손실을 봤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당 지도부는 '최고경영자(CEO) 리스크' 등을 막기 위해 국민연금의 기업경영 감시 및 주주 권한 강화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마련된 자리다. 

하지만 이날 논의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한이 강화되면 공시 규정도 엄격해지면서 자칫 국민연금의 투자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롯데에 대한 주주권의 적극적 행사'는 무위로 그치게 됐다.

대신 새누리당 국민연금이 현행 수준의 소극적 주주권을 행사하되 그 안에서 최대한 재벌그룹의 황제경영을 감시하고 투자수익률을 보호할 방안을 찾으라고 당부하는 선에서 논의를 마쳤다.

김 정책위의장은 "당에서는 법률상의 제약으로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기는 어려워도, 최대한 재벌기업들의 내부적·불법적인 문제로 손해를 보지 않도록 소극적 주주권을 행사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세청은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일본현지 납세자료를 일본 세무당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세청은 그룹계열 광고기획사인 대홍기획 세무조사에 착수, 롯데그룹 전반에 대한 사정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10일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기 전 시작된 세무조사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다"면서 "대홍기획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지도 않다"라고 말했다.
 

롯데가(家)의 집안싸움을 계기로 이번 세무조사가 롯데그룹 전체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김동욱 기자]


그러나 롯데가(家)의 집안싸움을 계기로 이번 세무조사가 롯데그룹 전체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롯데가에 대한 여론이 극도로 악화돼 정부 차원의 전방위적 대응 국면이 조성되고 있어서다.

이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필요하면 불투명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자금흐름을 관계기관이 엄밀히 살펴볼 것"이라며 롯데 측에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실제로 국세청이 대홍기획 조사에서 다른 계열사와의 의심스러운 거래정황을 포착하면 롯데그룹 전반으로 세무조사가 확대될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일각에선 국세청이 일본 국세청에 롯데 일가에 대한 과세 자료를 요청하는 것은 섣부른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세청의 다른 관계자는 "롯데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주 거주지가 한국이어서 조세 관할권을 우리가 행사하고 있는데, 괜히 일본 국세청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면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국세청이 한국과 일본에서 사업을 벌이는 롯데 일가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과세 정보를 역으로 요청할 수 있고, 이럴 경우 롯데 일가의 납세 문제를 놓고 양국 간에 엉뚱한 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