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첫 TV 토론이 6일(현지시간) 열렸다. 시작부터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낸 도널드 트럼프를 비롯해 후보들 간의 불꽃 튀는 신경전이 벌어졌다.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실내 농구경기장 '퀴큰론스 아레나'에서 이날 열린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TV토론에서 남성 진행자인 브렛 베이어가 처음 던진 공통 질문은 최종 경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후보는 손을 들라는 것이었다. 이 질문에 10명 가운데 유일하게 도널드 트럼프만 손을 번쩍 들었다. 경선 패배 시 제3당 또는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달리는 트럼프는 “만약 내가 아닌 다른 후보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다면 나로서는 ‘그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면서 “현시점에서는 (경선결과 승복) 약속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솔직히 나는 지금 정치적으로 완전히 옳게 결정할 시간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은 즉각 "그동안 정치인들을 (돈으로) 매수하던 트럼프가 벌써 위험 분산 차원에서 양쪽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있다“고 날 선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는 즉각 ”내가 당신한테도 많은 돈을 주지 않았느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는 다른 후보들 이외에 토론 공동진행자인 폭스 뉴스의 여성 간판 앵커 메긴 켈리와도 공방을 이어갔다. 켈리가 트럼프에게 “당신은 트위터에서 당신이 싫어하는 여자들을 뚱뚱한 돼지나 개, 속물, 그리고 역겨운 동물로 불렀다”고 말하자 트럼프는 “로지 오도넬한테만 했다”고 맞받았다. 로지 오도넬은 동성결혼을 한 거구의 여성 코미디언이다.

그러자 켈리는 “그런 것 같지 않다. 다른 사람한테도 한 것 같다”며 “당신 트위터를 보면 여성들의 외모에 관한 경멸적인 언급들이 있다”고 거듭 반격했다.

이와 관련해 의회전문지 더 힐은 “트럼프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고 평가했으나 일부 미 언론은 “트럼프가 물을 흐렸다”고 지적했다. 실제 토론 내내 박수와 함께 폭소, 환호가 터지기도 했으나 야유도 나왔다.

이날 토론에서는 오바마 정부를 비판하는데 있어서는 대부분 후보가 한목소리를 냈다. 이민개혁과 관련한 이슈가 나오자 트럼프는 모든 정치인을 싸잡아 “어리석다”고 비난하면서 자신이 아니었으면 불법 이민문제가 애초부터 논쟁거리가 되지도 않았다며 자신의 ‘공’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첫 TV 토론이 열린 클리블랜드는 내년 7월 18일 공화당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열리는 곳으로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지역으로 분류된다. 한마디로 ‘적진’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대선 경선의 첫 포문을 연 것이다. 여기에는 대선 승리에 대한 공화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