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여제’ 박인비, “가족의 힘으로 정상에 올랐어요”
2015-08-06 15:38
슬럼프 때 격려와 응원 덕분에 자신감 회복…“논란 있으나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한 것으로 생각”
여자골퍼로는 사상 일곱째로 ‘커리어 그랜드슬램’(4개 메이저 골프대회를 석권하는 일)을 달성한 프로골퍼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골프 기량도 세계 제일이지만, 가족 사랑도 세계 정상급이다.
박인비는 지난주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한 후 귀국, 7일 제주 오라CC에서 시작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 출전한다.
그는 대회를 하루 앞둔 6일 오라CC에서 기자들과 만나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처음 우승한 후 4년간의 슬럼프를 겪고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부모님의 격려와 남편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골프가 잘 안돼 고민하다가 ‘골프 외에 다른 길을 찾을 수 없어서’ 다시 골프에 몰입했는데, 그 힘든 시기를 극복한 자신감이 커리어 그랜드슬래머 박인비를 있게 한 밑받침이 됐다고 했다.
박인비는 지난해 결혼했다. 남편은 프로골퍼 출신인 남기협씨다. 남편은 박인비의 스윙을 고쳐주고 골프에 대한 시각을 교정해준 주인공이다. 박인비는 “프로골퍼와 아내의 일을 양립할 수 있는 것은 가족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고 항상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덕분이다”고 설명했다.
박인비는 그 주변 사람들도 가족처럼 생각한다. 그래서 한 번 인연을 맺으면 끝까지 간다. 캐디가 그렇고 매니지먼트사(IB월드와이드), 트레이너, 코치가 그렇다. 서로를 믿고 한 배를 탄 만큼 ‘좋은 일’ ‘궂은 일’도 그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박인비에게는 오래된 애견이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대회에서 처음 우승하자 아버지가 선물했다. 박인비는 태어난지 17년이 된 이 노견을 끔찍이 사랑한다. 그래서 당초엔 나가려던 다음주 미국LPGA투어 대회도 포기했다. 그는 “애견은 가족과 같다”고 말한다.
박인비가 ‘골프 여제’가 된 데에는 어려서부터 ‘즐겁고 행복하게 치자’는 신조도 한 몫했다. 박인비는 플레이가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여 클럽을 내동댕이치거나 던진 적이 없다. “3∼4년 전 캐나다오픈이던가요. 내가 퍼터를 땅에 질질 끌고 가더라고 남편이 말하더라고요.” 그것이 전부다. “클럽을 던져야할만한 상황도 없었고, 그렇게 할 마음도 아예 없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박인비는 ‘메이저대회 5개 가운데 4개를 석권한 것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고 하는데 대해 논란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폴라 크리머, 크리스티 커 등 미국 선수가 그랬으면 이렇게 논란이 됐을까싶다. 내가 한국선수이다 보니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는 것같다. 메이저대회 승격전이지만, 이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했기 때문에 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박인비는 7일 낮 12시10분 고진영(넵스) 윤채영(한화)과 함께 1라운드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