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한 신동주, 향후 행보는?…'아버님만 믿습니다'
2015-08-06 05:32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사흘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2일까지 적극적인 언론 플레이를 펼쳤다. "신동빈을 용서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서와 음성, 동영상을 잇따라 공개하는 등 여론전을 펼치다가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귀국한 이후 잠잠해 졌다.
신동빈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 사장들부터 공개적인 지지를 확보하고, 연일 현장 행보에 나서면서 여론몰이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신 전 부회장이 부친 곁을 지키면서 신 회장과의 만남을 차단하는 가운데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동생이 아버지의 신뢰를 얻을 경우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신 전 부회장 입장에서는 정신이 왔다갔다 하는 아버지 곁을 지키면서 '내 편'으로 만드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주주총회 표심이 아버지 의지에 크게 영향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집안 내부 여론 결집으로 '반(反) 신동빈' 세력을 만들었으니,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대비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은 돌연 일본행을 취소했다. 아직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 일정이 잡히지 않은 만큼 한국에서 가족을 상대로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데 더 힘쓰고 귀국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급히 출국을 해도 되지 않을만큼 일본롯데에는 우호 세력이 많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신 신 전 부회장의 일본 우호지분 작업은 부인인 조은주씨가 맡은 것으로 보인다. 조은주씨는 신 전 부회장이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이었던 3일 홀로 일본으로 떠났다. 당시 조씨는 신동주·동빈 형제의 어머니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를 만나 우호 지분 결속 지지를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신 전 부회장이 당분간 언론에 직접 나서 여론전을 펼치기는 힘들어 보인다. 최근 폭로전에서 역풍을 맞았기 때문이다.
한국어에 서툰 그는 부친과의 사적인 대화는 물론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도 모두 일본어로 해 롯데그룹 불매 운동의 시발점이 됐다.
한국 재계 5위 롯데가의 장남이 일본어만 쓴다는 것은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는 여론이 형성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신 회장이 부친에게 손찌검을 당했다는 등 '막장 드라마' 같은 폭로로 비난을 사기도 했다.
신 전 부회장이 공개한 신 총괄회장의 임명·해임 지시서들도 상법을 무시한 후진적 족벌 경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신 전 부회장은 최측근으로 알려진 신 총괄회장의 동생 신선호 일본 산사스 식품회사 사장을 통해 입장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