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천하 유아독존'…롯데 경영권 분쟁 부른 '신격호의 과욕'
2015-08-06 00:00
신격호 기자회견[사진=MBC 영상 캡쳐]
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이번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나친 욕심때문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1941년 만 19세에 일본에 건너갔다. 남다른 노력으로 한일 양국에서 거대 기업을 만들 정도로 자수성가한 만큼 사업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
하지만 그의 애착은 집착으로 변한 듯 하다.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주요 의사결정 권한을 거머쥐는 등 회사를 직접 경영하겠다는 의욕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신 총괄회장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보고를 직접 받고, 숙원으로 알려졌던 제2롯데월드 타워동 건설 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등 건재함을 과시했다.
두 아들이 모두 환갑을 넘겼지만 정식으로 후계자로 지목된 이는 없었다. 일본 롯데는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경영한다는 암묵적인 결정만 있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등을 보면 한국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신 회장이 13.46%, 신동주 전 부회장이 13.45%를 갖고 있다. 롯데제과는 신동빈 5.34%·신동주 3.92%, 롯데칠성음료는 신동빈 5.71%·신동주 2.83%, 롯데푸드는 신동빈 1.96%·신동주 1.96%로 지분율이 비슷하다.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와 광윤사 역시 형제가 비슷한 규모의 지분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 총괄회장은 외형적으로 두 아들에게 비슷한 수준의 지분을 나눠줬다. 하지만 뒤에서는 상당한 우호지분을 확보, 밀실 경영을 펼쳤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신 총괄회장은 전체 그룹 주식의 0.05%만 갖고 있다. 신 회장 등 일가의 보유 주식을 모두 합쳐도 지분율이 2.41%에 불과하다. 롯데호텔의 지분을 상당히 소유하고 있는 L투자회사의 실제 소유주는 신 총괄회장로 알려졌다.
기업공개를 싫어하는 경영방식 때문에 2013년 기준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 37곳 가운데 상장된 기업은 단 한곳도 없다. 폐쇄적인 신 총괄회장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처럼은 신 총괄회장은 일가 전체의 낮은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얽히고 설킨 400여개의 순환출자로 계열사를 거느리며 황제경영을 펼쳐왔다.
전근대적인 운영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일본 롯데홀딩스 본사에서 신 회장을 비롯한 6명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해임한 것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환갑을 넘긴 신동빈 회장을 때렸다는 증언까지 나오면서 막장 드라마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아버지 말 한마디에 지금까지 쌓아 온 모든 노력을 한순간 내놔야 하는 상황이라면 누가 갈등하지 않겠냐"며 "지금까지 이런 갈등이 분출되지 않은 것은 단순히 맞는 것을 넘어 더 치욕적인 일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