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과 금권의 섬’ 여의도에 첫 공장 세운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2015-08-04 14:46

지난 3일 공개된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카드 팩토리의 내부 굴뚝 조명[사진=현대카드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여의도는 공원을 중심으로 서쪽은 국회의사당, 동쪽은 한국거래소를 비롯한 금융투자업체들이 몰려 있어 ‘정권과 금권의 섬’이라고 불린다.

이런 여의도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공장을 세웠다. 여의도 역사에 있어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들어선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현대카드 본사 사옥 3관 10층에 문을 연 ‘현대카드 카드 팩토리’는 여의도를 넘어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서울 도심에 제조업 공장이 들어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조선시대 목축장과 척박한 농지로 사용되던 여의도는 일제시대 때에는 목장과 경마장으로 쓰이다가 해방을 전후해 비행장으로 활용됐다. 1968년 서울특별시가 한강개발계획을 수립하면서 아파트 단지와 국회의사당, 방송국, 신문사, 전화국 등 국가기관 및 공공단체와 63빌딩, 전경련회관, 은행, 증권사들이 들어서고, 마포대교, 원효대교, 서강대교, 서울교 등이 놓였고, 지하철 5호선이 들어서며 서울시 내에서도 금싸라기 땅으로 변모했다.

개발연대 당시 굴뚝에 피어오르는 연기가 도시의 성장을 상징했던 때가 있어 중앙·지방 할 것 없이 도시 내에 공장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했다. 하지만 모든 제조업을 대신해 서비스업이 도시의 고용 창출이 증가하고, 베드타운화가 급진전되면서 대기오염, 소음 등으로 인해 도심에 있었던 공장은 대부분 지방으로 퇴출됐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카드의 여의도 카드 공장 설립은 금융업계는 물론 제조업계에도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있다. 대규모 인력 대신 로봇과 기계로 생산과정이 자동화 되면서 환경 문제도 개선한 미래형 스마트 공장의 도시 재진입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스마트공장의 출현은 다품중 소량생산이라는 대세에 맞춰, 생산 → 도매 → 소매 → 소비라는 기존 시장 구조를 ‘생산 → 소비’로 단축시키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또한 과거 공산품 제조에 국한됐던 공장의 기능은 동·식물 등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3D 프린터의 보급 확산은 ‘내 집이 공장’이라는 제조업의 대전환을 부추기고 있다. 현대카드의 카드 팩토리는 이러한 추세를 실행으로 옮기는 길을 열어줬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사진=현대카드 제공]


여기에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 카드 팩토리를 ‘제3공간 마케팅’ 기법과 결합해 고객들에게 기대와 놀라움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제3공간은 자주 가는 공간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삶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창조적인 힘을 받는 공간을 말한다. 집(제1공간)과 회사(제2공간)와 다른 개념이다. 즉, 제3공간을 활용한 마케팅은 브랜드 가치 또는 제품의 특성과 어울리는 정서적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기업과 소비자간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또한 제3공간에서 소비자들은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른 것에 대한 기대와 놀라움을 느낌으로서 브랜드에 대한 강한 충성심을 가질 수 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액션신 장소로 소개된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폭스바겐의 자동차 테마파크 아우토스타트내 소재한 20층 높이의 원형타워인 ‘아우토튀르메’는 1분에 한 대씩 매일 400여대의 신차를 고객들에게 제공한다. 오스트리아 티롤에 소재한 ‘크리스탈 월드’는 스와로브스키가 창립 100년을 기념해 1995년 개관한 곳으로 내부에는 크리스탈로 만든 13개 테마방이 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카드 팩토리와 관련 “금융자본 지금은 익숙한 이 단어는 20세기초에 처음 등장하였다. 산업자본이 기계설비와 부동산으로 대표되었다면 금융자본의 상징은 화폐였고, 이는 발전을 거듭하여 오늘날 신용카드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현대카드 카드 팩토리는 금융자본을 산업자본의 시각으로 재탄생시킨 공간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곳은 하나의 공장이자 금융자본의 역사이고 동시에 하나의 설치미술이다. 디지털 페이먼트가 화두인 지금 카드 팩토리를 만든 이유는 이 아날로그적 공간이 바로 신용카드에 관한 우리의 오마주이자 기록이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 카드 팩토리를 통해 사업 구조상에서 가장 외롭게 떨어져 있던 카드제작 공정이 가장 화려한 무대로 등장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의 색다른 시도는 그동안 평행선을 걸어왔던 제조업과 금융업이 손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도시내 공장 설립을 확산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