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협상 후 이스라엘 눈치보기?…'거물 간첩' 조너선 폴라드 30년 만에 석방

2015-07-29 11:24
미국 정부 "핵협상과 관련없다" 부인…네타냐후 총리 "석방 환영"

전직 미국 해군 정보분석관이었던 조너선 폴라드는 이스라엘에 미국 국가 기밀을 넘긴 혐의로 1987년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체포 당시 폴라드와 그의 아내 앤은 미 연방수사국(FBI)의 추적을 감지하고 1985년 11월 27일 주미 이스라엘 대사관을 찾았다.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위기 때는 대사관에 망명을 신청하라는 언질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이들 부부는 대사관에서 쫓겨났고 밖에서 대기 중이던 FBI 요원에게 체포됐다. 이스라엘 정부의 이같은 선택은 양국 간 관계 악화를 감수하고 미국 국적의 민간인 신분인 폴라드를 망명시키는 것이 큰 부담이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진= CNN 뉴스 영상 화면 캡처]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1985년 미국 1급 기밀을 이스라엘 정보기관에 넘긴 혐의로 체포돼 국가반역죄와 간첩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전직 미 해군 정보분석관 조너선 폴라드(60)가 오는 11월 21일 석방된다. 미국이 이란과 핵협상 타결 이후 이를 반대해온 이스라엘을 달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폴라드의 관선 변호인들은 2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미 당국의 가석방 결정이 내려졌다”며 “폴라드가 아내와의 상봉을 고대하고 있으며 이제 넉 달 안에 바깥에서 아내를 만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또 “폴라드는 집회를 통해 자신을 지지했거나 편지를 보내준 사람들, 국회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주거나 기도해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폴라드는 미 텍사스주 갤버스턴에서 태어난 유대계 미국인이다. 그는 미국의 외교 암호체계, 파키스탄 핵무기 개발 등 중동권에서 벌어지는 미국 스파이 행위와 관련한 수만 건의 기밀문서 사본을 이스라엘에 넘겼다. 1985년 11월 27일 미 워싱턴D.C.에 있는 이스라엘 대사관 밖에서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돼 30년째 미 노스캐롤라이나 연방 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1998년 정보 습득을 위해 폴라드에게 돈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는 폴라드가 구속된 뒤 그에게 이스라엘 시민권을 줬고 미국 정부에는 상당한 로비를 펼치며 그의 석방을 줄곧 요구해왔다. 베냐민 네타냐후를 비롯한 역대 이스라엘 총리는 폴라드의 석방을 미국 대통령에게 수차례 비공식 요청했으나 사면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 이스라엘은 수차례 걸쳐 미국 정부에 폴라드의 석방을 요청했으나 미국은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법무부 등의 거센 반발로 번번이 요청을 거절했다.

미국은 그간 팔레스타인 분쟁 등 굵직한 외교 사안을 해결하는 중재안으로 폴라드 조기 석방 문제를 저울질해 왔다. 미국은 지난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을 위해 폴라드의 석방 카드를 꺼내들었으나 끝내 무산됐다. 이번 석방 조치가 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 냉각된 이스라엘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그런 배경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4일 “일부 정부 당국자들은 폴라드의 석방이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폴라드의 석방 여부는 정식 절차에 의해 미국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결정되는 것”이라며 “외교정책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고 dpa통신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