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한 인신매매 최악"…쿠바·말레이시아 '블랙리스트'서 왜 뺐나

2015-07-28 14:42
美 국무부 연례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

[사진= 미국 국무부 홈페이지]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미국이 북한을 인신매매 위험에 취약하며 피해 방지 노력도 부족한 국가로 지정했다. 반면 쿠바와 말레이시아를 블랙리스트에서 해제해 정치적인 문제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27일(현지시간) 발표한 188개국 대상 연례 인신매매 실태(TIP) 보고서를 통해 북한을 가장 낮은 등급인 ‘3등급(Tier 3)’으로 지정했다. 이로써 북한은 13년째 인신매매 방지 관련 최악 등급에 머물게 됐다. 3등급 국가는 인신매매 방지를 위해 '최소한의 기준도 충족하지 않고 개선 노력도 보이지 않는 나라'를 말한다. 미국은 이들 국가들에 경제 제재를 가하거나 세계은행 등을 통한 원조를 금지할 수 있다.

보고서는 “정권의 억압 때문에 다른 나라로 탈출한 북한 사람들이 인신매매에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며 “북한은 강제 노동, 성매매를 당하는 남성, 여성, 아동의 근원이 되는 국가(source country)”라고 밝혔다. 북한 정권은 그러나 인신매매 근절을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최근 54년 만에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한 쿠바는 3등급 명단에서 제외됐다. 수산업에서 노동착취가 만연해 지난해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말레이시아도 기존 ‘3등급’에서 ‘2등급 감시대상국’으로 한 단계 상향됐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 기준에 완전히 충족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기준 달성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 [사진= 美국무부]

하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말레이시아가 계속 3등급으로 남아 있으면 미국 주도로 진행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무대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강하게 제기됐다. 하원의원 160명과 상원의원 19명은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말레이시아의 인신매매 3등급 유지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샌더스 레빈(미시간) 의원은 “정부가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말레이시아의 인신매매 등급을 상향 조정한 것은 아주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말레이시아를 위한 TPP 협상의 길을 터주기 이전에 말레이시아가 국제적 노동기준 등을 준수하도록 압박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