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기업 '저유가 쇼크'에 긴축조정...프로젝트 보류 및 감원 추진
2015-07-27 14:24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저유가 쇼크'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대형 에너지 업체들이 계획했던 대형 신규 프로젝트를 보류하고 대대적 인원감축을 단행하는 등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영국 에너지 연구 및 컨설팅 업체인 우드매킨지에 따르면 유럽의 BP와 로열더치셸, 미국 셰브런, 노르웨이 스타토일, 호주의 우드사이드페트롤리엄 등 글로벌 대형 에너지 업체들이 총 2000억 달러(약 235조원) 규모에 달하는 설비투자 프로젝트를 연기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가 하락세가 본격화된 작년 여름 이후 보류된 석유·천연가스 개발 프로젝트는 총 46건에 이른다. 이들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하려던 석유와 천연가스의 규모는 멕시코의 총 매장량보다 많은 200억 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캐나다에서 56억 배럴의 개발이 보류돼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FT는 저유가 국면 속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배당금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들이 투자 프로젝트 중단을 통한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고 풀이했다.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불가 방침, 미국의 공급과잉과 수요위축으로 지난해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어 올해 3월 들어 안정세를 되찾는 듯 했지만 최근 다시 급락세로 돌아섰다. 국제 유가 기준물인 북해산 브렌트유는 최근 배럴당 55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5월 초 5개월 만에 고점을 회복했다가 20%가량 떨어진 셈이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최근 며칠째 배럴당 50달러 선을 밑돌았다.
에너지 기업들은 올 초 유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규모 인력 채용에 나섰으나 핵협상 타결로 이란의 원유 공급 증가 우려가 대두되면서 당초 발표한 것보다 더 많은 감원을 단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유서비스업체 베이커 휴즈를 인수한 동종업체 핼리버튼은 최근 양사를 합쳐 2만7000명을 감원했다. 정유업체인 코노코필립스는 올해 1500명을 줄였지만 올 가을 수천명을 추가 감축할 계획이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그레이브스는 지난 3개월간 약 5만명의 종사자달을 해고했다.
WSJ은 "에너지 기업들은 유가 반등을 기대한 월가 자금 유입과 유가하락 손실을 보전해주는 헤지 프로그램에 힘입어 상반기에 잘 버텨왔지만, 향후 유가가 반등하지 않으면 많은 기업들이 난처한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