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해킹’ 메스 꺼내든 국회, 실체적 진실 도려낼까
2015-07-27 03:27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국회는 27일부터 ‘국가정보원의 내국인 대상 해킹 의혹’과 관련 4개 상임위원회를 가동, 본격적인 진상 규명에 나섬에 따라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안보고 대상 상임위는 정보위원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방위원회, 안전행정위원회 등이다.
야당은 이들 4개 상임위 현안보고를 ‘사실상의 국정원 청문회’로 만들어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칼을 갈고 있지만, 여당은 이를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억지 공세’라며 국정원 비호에 나설 예정이어서 진실을 둘러싼 양측의 첨예한 공방이 예상된다.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곳은 단연 정보위다. 국정원은 27일 정보위 현안보고에 국정원장과 1·2·3차장 등 국정원 간부들이 참석, 자살한 임모 과장이 생전에 삭제한 파일의 복구 결과를 여야 정보위원들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날 국정이 내놓을 파일 복구 분석 결과는 야당이 제기하는 국정원 해킹 의혹을 풀 열쇠가 되기보다는 여야 공방의 새로운 시발점이 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복구한 자료에 내국인 사찰의혹을 입증할 단서가 있다면 야당으로서는 진상규명에 한걸음 더 들어갈 수 있지만, 만약 별다른 게 없다면 여당은 ‘야당이 무리한 정치공세를 한 것’이라며 반격에 나설 수 있다.
이와 관련 김성수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26일 국회 브리핑에서 “우선 국정원은 복구한 자료가 삭제한 자료와 동일한 것인지를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면서 “당초 무슨 자료를 삭제했는지를 반드시 밝혀야 하며 삭제한 원본 자료와 복구한 자료를 비교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장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당사 브리핑을 통해 “국정원이 (숨진 임모 과장이) 삭제한 파일의 복구를 마치고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면 로그 기록만으로 많은 의혹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정원이 이날 현안보고를 통해 내국인 사찰의혹은 없었다고 발표하더라도, 야당이 이를 있는그대로 순순히 받아들일 리가 없어보인다. 새정치연합은 안철수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이 국정원에 요구한 30개의 자료 제출 요구에 단 하나도 응하지 않으면서, 국정원이 의혹 해소를 하는 척 ‘진상규명 시늉’만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더구나 새누리당이 국가안보와 국익을 중시해 국정원의 기밀 유출은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이날 정보위 현안보고 결과의 공개 범위를 놓고도 여야의 기싸움이 예상된다.
정보위와 같은 날 현안보고가 잡힌 미방위에서는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도입에 대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여부, 해킹 프로그램 구매를 중개한 ‘나나테크’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가능성 등이 쟁점이 될 예정이다. 국정원이 SKT 회선 5개 IP에 스파이웨어를 감염시키려 했다는 의혹도 다뤄질 전망이다.
안행위에서는 숨진 국정원 임모 과장이 발견된 마티즈 차량의 바꿔치기 및 폐차 의혹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자살 경위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임 과장 가족이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국정원이 인지하고 개입했는지 등도 관심사다.
국방위에서는 국방부 사이버사령부의 대북 해킹 방어능력 및 유사한 해킹 프로그램 구매 가능성 등이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국방부 소속 영관장교 등이 이탈리아 ‘해킹팀’과 접촉한 문제 등도 다뤄질 전망이다.
여야는 이들 4개 상임위 현안보고 결과를 토대로 정보위를 또 한번 열어 양당이 합의하는 자의 증언과 진술을 청취하겠다는 내용으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쟁점사항별로 여야 간 이견이 첨예해 정보위 재개최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로 인해 야당 일각에서 일정한 시점에서 상임위 현안보고 보다 한층 수위가 높은 ‘국정조사’ 또는 ‘특검’ 카드를 꺼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번 4개 상임위 현안보고가 실체적 진실 규명 없이 지루한 여야 정쟁에 그칠 것이란 회의론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