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백혈병 조정위 "삼성전자 1천억 기부 공익법인 설립"

2015-07-23 18:44
삼성 "받아들이기 어려운점 포함"...반올림 "검토 필요"

23일 김지형 삼성반도체 백혈병 조정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한아람 기자]


아주경제 김지나·한아람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는 23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에는 삼성전자 측이 1000억원을 기부해 공익법인을 설립하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조정위는 삼성전자 이외에도 반도체 사업체들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도 협회가 판단하는 적당한 규모의 액수로 공익법인에 기부할 것을 권고했다.

대법관 출신인 김지형 조정위원장은 "사회적 의제를 해결한다는 삼성전자의 전향적인 의지를 가시적인 형태로 나타내려면 기부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면서 "기부 행위는 공익적 목적에 의한 사회공헌활동 목적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등의 기부금은 일단 협회에 신탁해 70%는 보상사업으로 충당하도록 했다. 나머지 30%는 공익법인의 고유재산으로 이관받아 관리하게 된다.

공익법인의 발기인은 대한변호사협회, 한국법학교수회, 경실련, 참여연대, 산업보건학회, 한국안전학회, 대한직업환경의학회 등 7개 단체에서 1명 씩 추천받아 위촉한다.

발기인들은 조정위가 보상 및 대책에 관련해 제시한 기준을 지키면서 세부 사업을 시행한다.

보상 대상과 관련해 조정위는 2011년 1월 1일 이전에 삼성전자 반도체와 LCD 사업장에서 작업 공정을 하거나 관련 시설 설치 및 수리 등의 업무를 한 사람으로 제한했다.

질환 범위는 반도체 산업 종사자들에게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볼만한 질환인 백혈병, 림프종, 다발성골수종 등 총 12개 질환을 3가지 부류로 구분했다.

김지형 위원장은 이번 대책과 관련해 "건강 유해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작업 환경은 일시적 조치로 제거되거나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 필요해 대책과 관련된 사업을 전담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직업병 협상 관련 조정위의 권고안이 제시된 것은 작년 12월 9일 조정위가 구성된 이후 처음이다. 또 반올림이 삼성전자의 직업병 문제를 제기한 지 8년만이다.

향후 조정 당사자는 오늘부터 10일까지 숙려 기간 동안 조정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권고안 내용 중에는 회사가 여러 차례 걸쳐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힌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면서 "(권고안에 대해) 고민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황상기 반올림 대표는 "조정위가 발표한 양이 많아 그 부분을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검토해 봐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긴 시간문제를 끌어온 만큼 빠른 시일 내에 문제를 해결해 (피해자의) 짐을 덜어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