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림여고, 형식은 강제 취소…내용은 자진 전환
2015-07-20 13:42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20일 서울교육청으로부터 자율형사립고등학교 지정 취소 요청 처분을 받은 미림여고가 형식적으로는 평가를 통한 강제 지정 취소 절차를 밟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자발적인 지정 취소로 풀이된다.
미림여고는 형식상으로는 교육청의 평가 결과에 따라 일반고 전환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유지 의지가 없어 사실상 자진 취소의 길을 가고 있다는 해석이다.
미림여고는 기다렸다는 듯이 지난달 22일 교육청의 평가에서 기준 점수에 미달했다는 발표가 나오자마자 학교 안내 방송을 통해 일반고로 전환하게 됐다는 방침을 처음 공개했다.
미림여고는 지난 14일에는 학교장 명의로 학부모들에게 보낸 가정통신문에서는 교육청의 지정취소 요청과 교육부의 동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평가 결과를 받아들여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밝혔다.
교육청은 미림여고가 청문 참석에 대신해 일반고 전환 의사를 밝힌 의견서에 따라 지정 취소 요청 대상으로 결정했다.
평가에서 함께 기준 점수에 미달했지만 자사고 지위 유지 의지를 밝히면서 청문에 적극 참여한 세화여고, 경문고, 장훈고는 2년 유예 처분을 받았다.
결국 이번 평가에서는 자사고 운영 의지가 관건이 된 셈이다.
미림여고는 형식은 서울교육청 평가 절차를 빌렸지만 내용적으로는 자진 전환으로 비쳐지고 있다.
미림여고는 자진 전환 신청서를 낼 경우 학부모의 반발이 더 크고 학운위 등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해 교육청 평가를 기회로 강제 취소 형식을 빌려 전환을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림여고는 2015학년도 1차 일반 입학전형에서 경쟁률이 0.4에 머무는 등 학생 충원에서 저조한 가운데 자사고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일반고 전환을 결정했다.
미림여고는 가정통신문에서 “신입생 모집의 어려움과 중간 이탈생 발생의 문제 등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재단의 전폭적인 재정지원 등 많은 노력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매년 학생모집과 학생 충원의 어려움으로 학교 운영의 한계성을 느끼고 일반고 전환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림여고가 17일 열기로 한 학부모 총회는 무산됐다.
이처럼 학교가 교육청의 평가 절차를 빌어 일반고 전환을 시도한 데 대해 학부모들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한 학부모는 “믿고 아이를 보낸 학부모들에게 의견 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결정한 것은 부당하다”며 “조희연 교육감도 아무리 자사고 폐지가 목표라고 하지만 일방적인 재단의 결정을 편들어 주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피해를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발했다.
미림여고 학부모들은 앞으로 교육부를 상대로 의견수렴 없는 재단의 일반고 전환 결정에 대해 호소할 예정이다.
교육청의 지정취소 요청에 따라 미림여고에 대한 처분 동의 여부에 대한 숙제를 떠안게 됐다.
교육부도 학교의 자사고 운영 의지가 없는 상태에서 부동의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형식적으로는 평가 절차에 따른 조치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자진 전환으로 재단과 학교의 학부모 등에 대한 의견수렴이 없었다는 절차상 하자를 미림여고 학부모들은 문제 삼을 계획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운영이 어려워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데 학부모 반발이 당연하지만 학교가 의지가 없으니 어쩔 수가 없는 것 아니냐"며 "재정적으로 어려운데 학부모들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