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이재용 시대', 통합 삼성물산 통해 경영권 승계도 '착착'

2015-07-19 16:4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윤태구·한아람 기자 =통합 삼성물산 출범과 함께 삼성그룹은 바야흐로 '이재용 시대'로 접어들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사실상 8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그룹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는 물론 복잡했던 순환출자 고리도 상당히 단순해져 그룹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더욱 수월해졌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합병으로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사업 재편과 승계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제일모직 최대주주로서 지분 23.2%를 보유한 이 부회장은 이번 합병으로 삼성물산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흡수하게 됐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주식을 4.1%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합병회사 지분 16.5%로 개인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동시에 그룹의 주력기업인 삼성전자에 대한 직접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건희 회장은 3.4%, 이 부회장은 0.6%의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 이 회장과 이 부회장 부자가 직접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약 8%가 됐다.

◆이재용 시대 본격화
이번 양사 합병 성사로 이 부회장은 그룹 경영권 승계작업도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으로서도 이번 합병안 통과로 경영 승계를 위한 큰 그림을 완성했다.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되면 그룹 순환출자 구조는 기존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에서 '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된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4.1%), 삼성엔지니어링(7.8%), 제일기획(12.6%), 삼성SDS(17.1%), 삼성바이오로직스(4.9%) 등의 지분을 갖고 있어 지배구조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삼성생명지분 19.3%를 보유하고 있다.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와 삼성생명 지분 19.3%를 보유하면서 사실상 지주회사가 됐다.

동시에 통합 삼성물산은 이재용 부회장(16.40%),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5.47%),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5.47%) 등 3세들이 안정된 지분을 보유한다. 이건희 회장(2.84%) 등 오너 일가의 지분은 총 30.15%. 여기에 계열사(9.35%)와 특수관계인(0.97%) 지분, 우호 지분인 KCC(8.89%) 지분을 모두 더하면 절반에 육박하는 49.37%에 달한다. 자사주를 제외할 경우 지분율은 총 54.80%에 달한다.

또한 향후 삼성전자와 삼성SDS 합병 추진 등을 통해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남은 것은 이 부회장이 삼성의 실질적 리더로서의 역할론에 대한 이야기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이 회장의 부재를 딛고 이 부회장이 그룹의 리더로서 인정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 마무리 수순
재계에서는 지난 2013년 하반기부터 진행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이번 합병으로 마무리 수순으로 향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은 지난 2013년부터 하반기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매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어 제일모직 통폐합, 삼성SDI, 삼성석유화학 사업재편, 삼성SDS·제일모직 상장, 한화와의 빅딜 등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성장성 높은 사업에 역할을 집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업계에서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안정된 지배구조를 확보하는 게 가장 큰 숙제인 만큼 삼성SDS와 삼성SDI의 합병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삼성SDI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비롯해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정밀화학, 삼성중공업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삼성SDI와 이 부회장이 1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SDS가 합병하면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높일 수 있게 된다.

◆'원포올, 올포원' 삼성가 3남매는 어떤 경쟁과 시너지를 낼까
또 하나의 관심사는 이 부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두 명의 자매가 보여줄 '뉴 삼성물산'에서의 역할에 대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삼성 오너가 삼남매의 계열 분리는 당분간 실현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렇다보니 아무래도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향후 3남매간 어떤 경쟁과 협업이 나올지 궁금해지는 상황이다.

이부진 사장은 현재 호텔신라 대표직과 함께 지난 2010년부터 삼성물산 상사부문 경영고문 직함을 갖고 있다. 이 사장은 통합 삼성물산에서도 고문직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 사장은 현대산업개발과 손을 맞잡은 HDC신라면세점이 지난 10일 신규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됨에 따라 당분간 면세점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사장은 현재 중국 최대 금융·자원개발 기업인 시틱(CITIC·中信)그룹의 사외이사도 맡고 있는 바, 자원 개발 측면에서는 삼성물산 상사 부문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이서현 사장은 통합 삼성물산에서 패션이라는 주요 사업영역을 맡아 글로벌 사업 역량을 갖추는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뉴 삼성물산은 패션 사업 부문에서 합병의 시너지 효과로 상사부문의 해외영업 인프라를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설정했다. 뉴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14년 매출 1조9000억원에서 2020년 10조원으로 5배 이상 성장을 목표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