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스팩 상장에 합병기업 찾기는 난항

2015-07-19 08:00

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 상장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정작 합병 대상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스팩은 추후 합병 실패에도 원금과 이자가 보장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스팩의 유일한 목적인 합병이 제대로 이뤄질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6월 코스피·코스닥 상장기업은 총 35개로 이중 스팩 상장은 절반 이상인 19개이다.

2월 골든브릿지제2호를 시작으로 3월 2곳(KB제7호·SK제1호), 4월 4곳(KTB2호·한화에이스1호·하나머스트4호·유진ACPC2호), 5월 5곳(한화MGI·대우SBI1호·NH5호·대우3호·미래에셋제3호), 6월 7곳(한화ACPC·하이제3호·대신밸런스제1호·하나머스트5호·이베스트2호·골든브릿지제3호·NH8호)이 상장했다.

지난해 상반기 3곳이 상장한 것에 비해 6배 넘게 증가했다. 올해에는 스팩 도입 첫해인 2010년 21개 상장했던 기록을 가뿐히 넘길 전망이다. 7월 들어 이미 2곳(키움제3호, 유안타제2호)이 추가로 상장했다.

스팩은 유일한 목적은 다른 기업과의 합병으로, 3년 내에 대상을 찾아야 한다. 물론 합병 실패로 해산하더라도 투자자의 원금과 이자는 보장된다.

스팩을 상장시키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한국거래소 역시 상장 목표치를 채우는 데 큰 보탬이 된다. 이같은 장점 덕분에 스팩이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지만, 합병이라는 제 기능을 수행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거래소의 상장 문턱이 낮아져 스팩을 통한 우회 상장이 큰 의미가 없게 됐고, 도입 초기 스팩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는 점에서도 스팩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스팩 합병기업이 상장 직전 최소 기준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5월 대우스팩2호와 합병을 추진했던 선바이오는 신규 상장이 낫겠다는 판단에서 합병을 철회한 바 있다. 반대로 큐브엔터와 글로벌텍스프리는 각각 우리스팩2호, NH스팩3호와의 합병을 목표로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동시다발적으로 스팩 상장이 이뤄진만큼 3년 후 합병 기업 찾기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원금이 보장 된다는 점에서 안도하는 분위기이지만, 스팩의 원래 취지를 살리고 있진 못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