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이서 "'여자를 울려'는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선물 같은 드라마…연기 갈증 풀었다"
2015-07-15 14:00
'여자를 울려' 강진희는 정덕인(김정은)의 남편 황경철과 불륜을 저질렀음에도 뻔뻔함으로 일관하더니 결국 황경철의 뒤통수를 제대로 치며 유학길에 오르는 인물이다.
"유학길에 오르는 설정으로 이제 제가 출연하는 분량은 모두 끝났어요. '여자를 울려'는 정말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선물 같은 드라마예요. 함께 촬영한 선배님들, 그리고 선생님들께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잊지 못할 첫 드라마가 됐어요." 그녀는 수줍은 미소와 함께 출연 소감을 전했다.
드라마상에서 인교진을 사이에 두고 항상 대립각을 유지하던 김정은과 실제로는 어떠한지 촬영장 분위기를 묻자 "김정은 선배님은 많은 것을 알려주셨고, 항상 촬영에 들어가기 전 걱정해주시기 바빴다"며 "어떻게 호흡을 내뱉어야 하는지부터 시작해서 대본도 일일이 맞춰주셨는데 지금도 집에서 드라마를 보다보면 현장에서 땀 흘리고 계실 선배님, 선생님들이 너무 보고싶다"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일찍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해 속상하지 않았어요. 만약 제가 조바심을 내고 인내하지 않았다면 '여자를 울려'라는 작품을 만나지도 못했을 것이고, 지금의 저도 없겠죠. 물론, 그 긴 과정이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그 과정을 잘 이겨내려고 나름의 노력을 했고, 저 자신을 믿었던 것 같아요. 오디션도 셀 수 없이 많이 봤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잡으려고 무던히 노력했어요."
'여자를 울려' 대본을 보고 진희라는 인물이 마음에 들었던 한이서는 배역을 따내기 위해 오디션을 봤고, 5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작품에 합류했다. 결정된 후에도 그녀는 감독과 수도 없이 미팅했고, 캐릭터에 대해 분석하는 시간을 거쳤다.
극 중 머리채를 잡히기도 하고, 독설을 듣는 등 격한 신을 많이 촬영했다.
"신체를 쓰는 장면도 장면이지만, 감정적으로 격해지는 신을 찍을 때는 더 에너지를 쏟았어요. 말 한마디에 자존심 상해서 분해하는 모습, 악에 받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 등 분노를 발산해야 할 때면 집중해서 감정 몰입을 해야하기 때문에 더 힘들었어요. 하지만 잘 해내서 시청자가 진희로 봐주실 때 오히려 저는 '아, 캐릭터에 녹아든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생각이 들면서 뿌듯하더라고요."
별거 중인 부부와 남매 사이인 남녀가 동시에 연애와 결혼을 추진하는 내용을 그려 '막장'드라마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여자를 울려'. 한이서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견해를 내놨다.
"얼마 전 장서희 선배님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어요. 그 인터뷰에서 장서희 선배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에 많이 남는데 '막장도 장르다'라는 말을 하셨더라고요. 누구에게나 처음, 중간, 끝이 있는 것처럼 막장이라는 큰 갈등 과정을 드라마에서 그리는 것 같아요. 그리고 '여자를 울려'에는 저희 네 남녀의 얽히고설킨 러브라인 뿐 아니라 주된 이야기는 따로 존재해요. 그 이야기에 무게를 좀 더 두고 시청하시고, 또 앞으로의 내용을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릴 적 꾸준히 해온 운동을 그만두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던 시기에 어머니가 보여주신 연극 한 편을 계기로 배우를 결심한 한이서는 '연기'가 안겨주는 매력에 빠져 예고에 진학했고, 영화예술학과를 거쳐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연기는 질리지 않아요. 파도 파도 끝이 없죠. 저의 모습도 보여줄 수 있지만, 완전히 180도 다른 저의 모습도 끄집어내 연기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매력이 쉽게 가시지 않아요. 그리고 작품을 만나기까지의 여정은 굉장히 힘들고 자신과의 싸움이지만, 배역을 따내고 촬영에 임할 때 갈증이 해소되는 그 느낌과 성취감은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어요. 정말 끊임없이 배우고 싶게 만드는 게 연기의 매력인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 오랫동안 진희라는 인물로 기억될 한이서는 차기작을 통해 진희와 반대되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에 다가가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작품이나 배역을 따지기보다는 저에게 주어지는 모든 것을 충실히 하려고 노력했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아직 많은 작품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에 어떤 캐릭터가 주어지더라도 저는 배우로서 그 역할을 잘 해내고 싶고, 더 많이 배우고 싶어요. 차기작이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를 울려'를 퉁해 배운 많은 것을 응용할 수 있겠죠?(웃음)"
10년 뒤에도 계속 기대되는 배우로 기억되기를 바란다는 배우 한이서. 그녀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