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마야 문명과 ‘백색 도시’ 유적의 나라, 온두라스
2015-07-15 08:00
김래혁 주온두라스대사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대통령이 이달 19일부터 22일까지 한국을 공식 방문한다. 온두라스는 중남미지역에 위치한 인구 850만, 면적은 한반도 절반 크기의 작은 나라이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고 양국민 간 교류도 그리 활발한 편은 아니어서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모습도 치안 불안, 빈곤 문제 등 다소 부정적으로 비춰져 있다.
그러나 온두라스는 세계 주요 문명의 하나인 마야문명이 번영을 누렸던 중심지중의 하나이며 최근에는 북동부 밀림지역에서 마야문명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문명인 ‘백색 도시’ 유적이 발견돼 세계 언론 및 고고학계의 큰 관심을 끌고 있는 나라이다.
‘꼬빤’ 유적지는 주변 경관과 건축물이 조화를 이뤄 가장 아름다운 마야 유적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특히, 100m 너비 계단의 광장에 새겨진 상형문자는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것은 스페인이 미주대륙에 들어오기 전에 만들어진 미주대륙에서 가장 크고 긴 석조문자 사료이다.
‘꼬빤’ 마야 문명의 주인공이었던 마야족은 10세기 들어 자신들이 건축한 대도시를 떠나 버려 궁궐·신전 등 축조물들은 정글 속에 묻혀 버렸지만, 마야 문명은 아직도 온두라스에서 다양한 형태로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마야족의 후예인 ‘렌까’ 인디오는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를 유지하면서 온두라스 서부지역에 살고 있다.
또 스페인 정복에 대항해 3만 여명의 인디오를 동원해 맞선 ‘렌까’족 추장 ‘렘삐라’는 온두라스 화폐 명칭으로 사용되어 온두라스 국민들과 함께 숨 쉬고 있다.
마야 유적의 각종 문양을 이용한 은세공 액세서리 및 토기들은 내외국인 방문객들에게 인기 있는 주요 쇼핑품목중 하나이다.
온두라스 국민들은 스페인 점령 후 역사·문화·인종 등 정체성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서 콜럼버스 이전과 이후가 분리되는 단절의 아픔을 갖고 있지만 마야문명에 대해서는 높은 자긍심을 지니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온두라스 북동부 밀림지역에서 7-11세기경에 존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혀 새로운 문명인 ‘백색 도시’ 유적이 온두라스 및 미국 고고학자에 의해 발견됐다.
이 도시는 2012년 5월 레이더를 이용한 항공 조사를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으며, 현장 조사에서는 뱀 모양이 조각되어 있는 그릇 등 유물 52개가 발굴됐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백색도시 문명이 여태까지 연구된 바 없는 유일한 고유문명으로 보고 있으며, 그동안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아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온두라스 정부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와 유물 탐사와 보존을 위한 공동 연구 협약을 체결하고 유적지 내의 대규모 광장, 토목공사 흔적, 흙으로 만든 보루와 피라미드, 무덤 등에 대한 조사와 측량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도굴 방지를 위해 백색도시의 정확한 위치는 공개하고 있지 않으며, 인근지역 500㎢를 고고학 보존지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마야 유적이외에 이번에 백색도시 유적이 발견됨으로써 온두라스는 고고학적으로 주목받는 국가가 되었다.
국제적인 협력을 통한 백색도시 유적에 대한 체계적인 발굴이 이루어져 인류의 새로운 문명이 우리 모두의 공동 문화유산으로 잘 보존되어 후대에 전달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