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종단 빠진 외교부 친선특급…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과제는

2015-07-14 08:00
남북관계 개선은 '필수 전제'…중국·러시아 협조도 중요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 정·재계와 학계, 문화계 인사와 대학생 등 250여명이 열차를 타고 유라시아를 횡단하는 '유라시아 친선특급 2015' 행사가 14일부터 출발하지만 가장 시급한 남북한 철길 회복은 없이 남의 집 앞마당에서 시작하는 행사로 전락했다.

유라시아 친선특급 열차가 19박 20일 간 달리는 길은 우리 정부가 야심차게 주창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대동맥으로 대륙의 동쪽 끝 한반도에서 러시아·중국을 거쳐 서쪽 독일까지 이어지는 여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10월 '유라시아 시대의 국제협력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제시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과 함께 우리 정부의 3대 대외 구상 중 하나다.
 

열차를 타고 유라시아를 횡단하는 '유라시아 친선특급 2015' 행사가 13일 열렸지만 가장 시급한 남북한 철길 회복은 없이 남의 집 앞마당에서 시작하는 행사로 전락했다. 사진은 참가자들의 오리엔테이션 모습. [사진=코레일]


세계 GDP의 60%를 차지하지만 이념적·지리적으로 단절됐던 유라시아 대륙을 교통·물류·에너지망으로 연결해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으면 우리의 교역 무대도 확장될 수 있다는 데 착안했다.

중요한 고리는 유라시아를 관통하는 대륙철도망에 해양으로의 관문인 한반도를 연결하는 것이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및 중국횡단철도(TCR)와 한반도종단철도(TKR)를 잇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구상이다. 친선특급도 SRX의 시범행사 성격이다.

그러나 남북간 철길이 끊긴 상황에서 한반도를 지나지 못한체 중국과 러시아에서 출발하는 친선특급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남북을 관통하는 3대 철도망(경의선, 경원선, 동해선)은 모두 군사분계선에 막혀 있다. 남북관계가 장기 경색된 가운데 북한은 우리와의 철도 협력에도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남북을 관통하는 3대 철도망(경의선, 경원선, 동해선)은 모두 군사분계선에 막혀 있다. 사진은 KTX의 모습. [사진=한국철도시설공단 제공]


북한은 지난달 몽골에서 열린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장관회의에서 한국의 정회원 가입 안건에 반대하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정부는 경원선 우리 측 구간(백마고지역∼월정리역 9.3km)을 복원하는 등 가능한 기반부터 우선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비교적 실질적 진전을 보이고 있는 사업은 남·북·러 3각 협력으로 시범 추진되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산 유연탄을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54㎞ 구간 철도로 운송한 뒤 나진항에서 화물선에 옮겨 실어 국내 항구로 가져오는 복합 물류사업으로 지난 4∼5월 2차 시범운송까지 마쳤다.

북한도 나진-하산 프로젝트에는 어느 정도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동력을 얻고 한국의 지정학적 입지도 살리려면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사진=중국신문사 제공]


이런 점에서 볼 때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동력을 얻고 한국의 지정학적 입지도 살리려면 결국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의 호응은 물론 유라시아 대륙의 핵심 국가인 중국·러시아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 주도의 유라시아 경제협력 구상을 천명한 상태다.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를, 러시아가 '신동방정책'과 '유라시아경제연합'(EEU·구소련권 경제연합체)를 각각 내놨다.

유라시아의 또다른 물류 통로인 북극항로 개발이나 전력망·가스관·송유관 등 에너지 인프라 연계에도 중국과 러시아는 중요한 협력 상대다.

중국, 러시아의 틈새에서 우리 고유의 전략적 입지를 확보하면서도 이들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이 과제인 셈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구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좋지만, 남북관계에서 기싸움에 몰두하다 보니 더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며 "결국은 북한을 통과할 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