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그리스]17시간 장고 끝 합의... 유로존 갈등 노출
2015-07-13 18:48
이번 그리스 사태로 유로존 내 각국은 현격한 입장 차를 확인했다. 그리스와 최대 채권국인 독일 정부는 지난 6개월간 서로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사사건건 부딪혔다.
그리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나치 정권으로부터 경제적 피해를 보았다며 나치 피해 배상금까지 요구했다. 독일 정부는 5년간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탈퇴시키자며 '한시적 그렉시트'를 제안하기도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2일 벨기에 브뤼셀의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직전에 "가장 중요한 통화를 잃었다"며 "그것은 바로 신뢰"라며 그리스 정부를 믿지 못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메르켈 총리는 합의 직후 "신뢰는 회복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양국이 다시 화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나락에 떨어진 신뢰를 끌어올리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알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막겠다며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프랑스는 독일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그리스가 9일 제출한 개혁안에 대해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신뢰할 만하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기가 무섭게 독일 정부가 부정적인 응답을 내놨다.
여기에 올랑드 대통령은 독일 재무부가 제안한 한시적 그렉시트를 두고 "그리스는 '유로존에 잔류하거나 탈퇴한다' 둘 중의 하나"라며 제안 내용이 아예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재정위기를 경험한 이탈리아를 비롯해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은 그리스의 개혁을 촉구하면서도 그렉시트는 안 된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북유럽과 동유럽 국가들은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 요청에 공개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다.
알렉산더 스툽 핀란드 재무장관은 "우리가 지금 그리스에 대해 어떤 종류로든 추가지원을 허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 등 동유럽의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들도 자국보다 잘 사는 그리스를 지원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