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11월21일, 6월8일, 7월9일. 중국증시 세번의 변곡점

2015-07-13 13:30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지난해 11월20일 종가 2452.66이던 상하이지수는 약 7개월만인 지난 6월12일 5166.35까지 110.64% 급등했다. 상하이증시의 시가총액은 지난 10일 기준 31조6913억위안(한화 약 5600조원)이다. 이 정도 규모의 증시가 이토록 단기간에 2배 급등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후 중국증시는 7월8일까지 폭락을 거듭하며 지수 3507.19까지 밀렸다. 1달도 채 되지않는 시간에 32.12% 폭락한 것. 

이 기간동안 3조2293억달러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이는 그리스가 상환에 고전하고 있는 외채의 6배고, 11년치 그리스 GDP와 맞먹는 규모다. 증시폭락으로 자살하는 투자자가 발생했고, 개미들의 절규로 공포감이 팽창했다. 

증시발 중국 내수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져갔고, 이는 그리스사태보다 더 무서운 세계경제 악재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실제 구리와 철광석 등 원자재가격이 폭락했다.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자 일단 중국정부가 증시부양에 나서면서 급락세는 막아졌다. 중국증시에 무슨일이 있었던 것인가.
 

 



◆급등의 시작 11월21일

중국내 전문가들은 중국증시 급등의 시작을 지난해 11월21일로 본다. 이날은 중국이 2년4개월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하겠다고 발표한 날이다. 그동안 긴축기조를 유지했던 중국 당국이 긴축을 풀고 시장에 적극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금리인하로 인해 기업들의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쏟아졌고 각 펀드들은 주식을 쓸어담기 시작했다. 금리인하를 모멘텀으로 증시가 오름세를 지속했고, 개인들이 뒤이어 증시에 입성했다. 외국인투자자를 유입하게 하는 후강통(滬港通) 정책이 지난해 연말 전격 실시된 것도 호재가 됐다.

12월16일에 3000선을 돌파하면서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개인투자자들이 무더기로 쏟아져나왔다. 직장인들은 모였다 하면 주식이야기를 했다. 이는 연금생활자나 가정주부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개인들의 주식투자 광풍이 불었다. 펀드와 개인투자자들의 막대한 자금력은 지수를 끝없이 올렸고, 3000을 돌파한지 4개월만인 4월10일 지수는 4000을 돌파했다.

이 과정에서 신용거래가 실제현금 2배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개인들은 간단한 절차를 통해 증권사를 통해 원금의 두배에 해당되는 신용을 공급받아 주식에 투자할 수 있었다. 막대한 레버리지가 창출됐고, 상하이지수는 6월5일 5000마저 돌파하며 5023.1을 기록했다.
 

증시폭락에 고개를 떨군 중국의 개인투자자들.[사진=신화통신]



◆급락의 시작 6월12일

신용거래액이 사상최대치인 2조1700억위안(한화 약 390조원)을 기록하자 증시가 과열됐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개인들이 빚을 내서 벤처기업 등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테마주에 집중 투자한 것이 문제였다. 지난 3월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증시 거래대금의 90%가 개인투자자였다. 그리고 중국 매체들은 전체인구의 10%가량이 주식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주가폭락을 맞는다면 사회불안으로 이어진다.

이에 증감회는 6월8일 웨이보를 통해 증권사의 신용거래와 공매도 사업관련 규정을 바꿀 방침을 밝혔다. 신용거래 규제는 증시에 대형악재였다. 증시가 과열됐다는 판단하에, 증시를 탈출할 계기를 찾고 있던 '눈치 빠른' 펀드들은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현물을 매도하는데 그치지 않고 공매도거래를 했다. 이에 더해 일부는 풋옵션까지 매수했다.

시장에 출회되는 막대한 물량은 지수를 끌어내렸고, 개인들은 자동 반대매매 프로그램에 손도 못써보고 손절매를 해야했다. 신용대출이 많았기에 급락은 또다른 급락을 불러 올 수 밖에 없었다. 일부 능력밖의 대출을 받았던 개인들은 가계가 붕괘됐다. 시장은 공포로 가득했고, 지수는 그야말로 무섭게 폭락해 지난 8일 3507.19까지 내려앉았다.

중국 공매도세력 어떻게 증시 폭락시켰나?

◆정부개입과 반등 7월9일

주식폭락은 중국의 중산층 붕괴를 가져올 수 있는 메가톤급 이슈였다.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파산하여 신용불량자가 된다면 이는 중국공산당에게 그야말로 '악몽'이다. 이에 중국정부는 시장에 개입했다. 정부의 개입이 시장의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중국정부는 주식폭락을 막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까지 몰렸다.

금리와 지준율을 낮추고, 재정부나 국유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팔지 못하게 했으며, 인민은행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 증권사들의 재무악화를 막도록 했다. 그리고 공매도세력에 대한 엄격한 조사를 벌여, 위법사항이 드러나면 강하게 처벌하기로 했다. 신용거래로 주식을 사들인 개인투자자들에게 대출기한이 연장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상하이증시는 7월 9일과 10일 이틀동안 10% 가량 급등하며 폭락을 벗어났다. 무엇보다 증시를 끌어올린 정부대책은 정부기관과 국유기업의 주식매수였다. 정부는 각 기관들과 국유기업들에게 지침을 하달해 1조5600억위안(한화 약 280조원)의 한도로 주식을 구매토록 했다.

중국언론을 종합하면 정부가 각 기관에 하달한 매수규모는 중국증권금융 2600억위안, 중국후이진(匯金)공사 3000억위안, 국유보험사 3000억위안, 사회보장기금 2000억위안, 증권사 1000억위안, 국유기업 상장사 자사주매입 4000억위안 등이다. 이들은 아직 할당량에 해당하는 주식을 아직 다 구매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증시가 반등에 성공하자 투자자들이 환히 웃고 있다.[사진=신화통신]



◆그리고 이후

현재 중국증시는 당분간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안신(安信)증권은 "단기간 조정은 있겠지만 3500선을 바닥으로 안정을 되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고, 톈신투자(天信投姿)는 "급등세에 이어 나타난 급락세가 일단 저지되면서 회복 국면에 돌입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는 쉽사리 복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등세를 견인했던 정부기관들의 매수세는 대형주, 우량주에 몰린 반면에, 개인투자자들은 벤처기업 혹은 소형주에 대부분 투자했다. 벤처기업들이 상장하는 창업반은 아직도 주가수익비율(PER) 평균이 90을 넘는다. 세계 어느나라의 정부든 이같은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현재 많은 중소형주들은 증시급락세에 거래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이들이 거래재개에 나선다면 개인투자자들의 이탈로 인해 다시금 하락세를 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중국증시는 상승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게 중국내 대체적인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한국투자증권 이상윤 중국법인장은 "중국시장에는 지수옵션, 선물시장이 도입된지 수년 됐고, 이번 폭락의 경험을 통해 충분히 시스템적인 헷지를 중시 여길 것"이라면서 "이번달에 악성매물이 정리되면, 시장은 다시 서서히 오름세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