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국형 원전 '신월성 2호기' 상업운전 코앞…"여름철 전력수급 이상 無"

2015-07-13 11:20

아주경제(경주) 신희강 기자 = 13일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봉길리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신월성 월성원자력본부. 높이가 무려 70m에 이르는 6개의 웅장한 콘크리트 돔이 푸르른 동해 바닷길을 따라 펼쳐져 있다.

이 곳에서는 국내 최초 중수로 원전으로 1983년 가동을 시작한 월성 1호기부터 건설중인 신월성 2호기까지 30여년의 원전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특히 국내 24번째 원전이자 마지막 개선형 한국표준형원전인 신월성 2호기가 이달 말 상업운전을 앞두고 막바지 시험 운전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월성 1호기와 2호기(왼쪽) 전경. [사진=한수원 제공]


◆ 국내 마지막 OPR1000 원전 신월성 2호기…7월 말 가동 임박 

신월성 2호기는 국내 기준 12번째이자 마지막으로 건설되는 100만kW급 개선형 한국표준형원전(OPR1000)이다.

지난해 11월 운영허가를 받아 연료를 장전한 후, 단계별 출력상승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발전소의 안전성과 운영기술 능력을 입증했다.

이날 사전 출입신청과 지문등록 등 엄격한 신원확인을 거친 뒤 가장 먼저 들어간 곳은 원전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주제어실(MCR, Main Control Room)이었다.

이 곳에서는 원전 조종사들이 8시간 3교대로 수 백개의 계기판에 시선을 고정한 채 발전소 상태를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특히 이날 원자로와 터빈발전기의 성능을 최종 확인하는 마지막 시험인 ‘인수성능시험’을 진행하고 있어 긴장감이 가득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이 시험 완료 후에는 규제기관으로부터 사용전검사 최종 합격 통보를 받게 된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에 사업개시를 신고함으로써 상업운전에 돌입하게 되는 구조다.

계획대로 이달 말 상업운전을 시작하면 2012년 7월말 신월성 1호기의 상업운전 이후, 3년만에 신월성 2호기도 가동에 들어가는 셈이다.
 

신월성 2호기 주제어실 현장 관계자가 발전소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한수원 제공]


◆ 사용후 핵연료 20년 저장할 공간 구축…안전성·친환경 고려한 원전

주제어실을 지나 또 다시 몇 개의 안전문을 지나자 사용후 핵연료 저장소가 한 눈에 들어온다.

흡사 수영장을 방불케 하는 이 곳은 사용후 핵연료의 '습식 저장소'로, 원자로에서 방출된 사용후핵연료는 냉각을 위해 최소 5~6년은 이 곳에 저장돼야 한다.

이 곳에는 1년 6개월에 한번씩 다가오는 계획예방정비 때마다 약 60다발의 사용후연료가 들어와 향후 20년 동안 저장될 예정이다.

현장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사용후 핵연료를 임시 저장하는 건식저장시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곳 중수로 원전에서는 사용후 핵연료를 습식 저장조에서 약 6년간 열을 식히고 난 후 건식저장시설로 옮겨 저장한다.

건식저장시설은 콘크리트 또는 탄소강 등으로 방사선을 막고 자연순환되는 공기를 이용해 냉각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둥근 기둥 모양의 ‘캐니스터’는 높이 6.5m, 직경 3m의 기둥 300기가 있으며, 중수로 원전에서 사용하고 난 16만 2000 다발의 연료가 보관되 포화상태를 보였다. 아파트 모양의 '맥스터'는 전체 16만 8000다발을 보관할 수 있으며, 2018년 포화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신월성 2호기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속대책의 하나로 지진이나 해일에 대비해 전원없이 동작하는 수소제거설비와 이동형 발전차량 등의 안전설비를 대폭 강화했다.

또 원자로 상부구조물 일체화로 안전성과 친환경성을 더욱 향상시켰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월성1·2호기 사업관리 책임을 맡은 최근열 팀장은 “한국표준형원전의 최종 호기 준공을 통해 우리의 원전 건설 및 운영 능력을 세계적으로 입증함으로써 해외 원전수출의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월성 2호기 터빈실에서 현장 관계자가 발전기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한수원 제공]


◆ 국내 원전 전체 동시에 전기생산하는 진기록..."여름철 전력수급 문제없다"

마지막으로 고압터빈 1기와 저압터빈 3기, 발전기가 있는 거대한 터빈실로 향했다.

이 곳에서는 육중한 소리와 함께 터빈 날개가 분당 1800바퀴를 회전하며 전기가 한창 생산중이었다. 뜨거운 열기가 터빈실을 가득 채웠는데, 한겨울에도 35도를 넘나들 정도로 무덥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처럼 신월성 2호기의 발전기가 전기를 생산함에 따라 24개 원전이 동시에 가동하게 됐다. 지난 2011년 7월부터 약 40일 동안 당시 21기의 가동원전 모두가 동시에 전기를 생산한 적은 있으나 24기가 동시 가동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원전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이틀 동안 생산한 전기도 약 10억kWh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부산시 가정용 전력 소비량의 23%에 해당하는 양이며, 서울시 전체 가정이 무려 한달이나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무엇보다 연간 79억kWh의 전기생산이 가능한 신월성 2호기가 올 여름 전력피크에 맞춰 준공됨에 따라, 약 1.5%의 전력 예비율을 추가로 확보하게 됐다.

한수원은 이와 함께 ‘원전 안전운영 대책’을 수립하고, 지난 2일부터 다음달 말까지 전력수급상황 대책실을 24시간 운영하며 유관기관과 협조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비상대응팀’과 ‘고장대응분석 전문가그룹’을 운영해 비상 상황에도 긴급대응이 가능토록 했다. 전력수급 위기경보 수준에 따라 전직원 행동요령 메뉴얼을 마련하는 등 올 여름철 전력수급에 만전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신월성 2호기는 설비 고장을 사전에 감지하는 통합온라인 감시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발전소의 불시정지를 예방하고, 원전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였다”며 "이달 말 신월성 2호기 준공을 앞 둔 상황에서 철저하게 선제적인 설비 관리를 통해 여름철 전력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