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증시 시총, 한달새 한국 GDP 2배 규모 증발...글로벌 펀더멘털 위협

2015-07-13 10:50

중국증시 폭락 사태로 최근 한달새 상장사 시가총액이 3조2293억 달러 줄었다. [사진 = 중국신문사]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 증시 붕괴 사태로 최근 한 달 사이 증발한 시가총액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의 시가총액이 지난 9일 기준 6조4612억 달러(약 7301조원)로 한 달 전(9조6905억 달러)보다 3조2293억 달러 줄었다고 13일 보도했다.

중국 증시에서 한 달간 감소한 시가총액은 지난해 한국 GDP(1조4495억 달러)의 2.23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는 프랑스 GDP(2조8100억 달러)도 넘어서는 수준이다.

앞서 투자업체 로버트 W. 베어드 앤드 코의 주식 책임자 로스 야로는 블룸버그에 "중국 증시 가치가 거의 매일 (디폴트 위기에 처한) 그리스 GDP의 몇 배 이상 사라지고 있다"며 "중국이 글로벌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올해 고속 랠리를 펼친 중국증시 덕분에 상장기업들의 시가총액도 급속히 불어났다. 중국 증시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14일 10조499억 달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0조 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지난달 중반부터 전세가 역전되면서 상하이종합지수는 한 달 새 30% 넘게 폭락했고, 상장사 시총도 내리막길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 8일에는 하루 만에 중국 증시 시가총액이 3321억 달러나 줄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증시의 이같은 변동성 확대는 글로벌 경제까지 위협하고 있다. 

중국증시는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이 매우 큰 데다, 대부분이 주식담보대출 등 빌린 돈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이같은 우려감을 가중시킨다. 

8900만 명에 달하는 투자자 중 상당수는 신용거래를 한다는 점에서 시장 폭락세가 이어지면 빚을 갚느라 소비를 줄이게 되고, 이는 중국 경제는 물론 글로벌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증시 폭락이 투자자들 뿐 아니라 증시 폭락을 막기 위해 뛰어든 증권사와 보험사, 은행사들의 손실로 이어져 금융시스템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경고음도 나오고 있다. 중국 금융시스템이 개인 투자자들에 의한 악성대출 증가의 부담을 감당할 수 없어 자금경색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HSBC의 프레드릭 뉴먼 아시아리서치 담당 공동 책임자는 "그리스의 혼란이 최근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안기고 있지만, 중국의 주가 하락은 글로벌 경제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은행의 데이비드 추이 중국주식전략 책임자는 중국 증시의 위기를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에 비유했다. 금융시스템이 불투명하고 위험에 대한 책임의 의미가 확실하지 않아 위기 전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