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정상회의 취소…"협상 10 단계 중 現 3단계"

2015-07-12 22:42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12일(현지시간) 예정된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취소됐다. 그리스 사태가 점점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라는 극단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이 같이 밝히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만 모여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당초 이날 오전 11시부터 유로존 정상회의가, 오후 5시부터는 EU 28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EU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다. EU 정상회의를 취소시킨 것은 투스크 상임의장이 이날 그리스 구제금융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1일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에서도 그리스 구제금융에 대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한스 요르크 셸링 오스트리아 재무장관은 “유로그룹과 그리스 사이에 많은 의견차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그리스 문제에 낙관하고 있지만 협상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렉산더 스터브 핀란드 재무장관은 “협상 단계가 모두 10단계”라며 “현재 상황은 3~4단계 사이에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 협상 타결을 위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스터브 재무장관은 “아무도 협상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스가 제시한 구제금융의 조건이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 지원’ 여부를 둘러싼 협상이 진통을 거듭하는 가운데 그리스 정부가 원하는 지원금액 규모가 1000억유로가 넘는다는 독일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그리스 구제금융에 적대적인 논조를 보이는 대중지 빌트는 12일 “그리스 정부가 애초에는 3년에 걸쳐 지원받을 금액을 530억유로로 제시했지만 이 수치가 전날 국제 채권단에 의해 820억 유로로 수정됐다”고 전했다. 그리스의 재정 상황이 그리스 정부가 계산한 액수보다 더 많은 금액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빌트는 “하지만 이 수치 역시 그리스 정부의 ‘숨겨둔 채무’ 때문에 다시 바뀌어 1150억유로로 올라간 것”이라며 “이 금액은 그리스 정부가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초재정흑자 비율 0.5%를 달성한다는 전제 아래 계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빌트는 ‘숨겨둔 채무’에 대해 그리스 정부가 올해 상반기 민간기업에 갚지 못한 50억유로와 지방자치단체·공기업으로부터 빌린 수십억 유로를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