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넘어 산' 그리스…'그렉시트' 가능성 다시 부상

2015-07-12 17:27
"독일, 그리스에 5년간 '유로존 탈퇴' 제안"…핀란드도 '강경' 입장 고수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사진= 치프라스 총리 페이스북]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 지원’ 결정을 위한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가 12일(이하 현지시간) 열렸다. 이날 유로그룹 회의에 이어 유럽연합(EU) 정상회의도 열릴 예정이었지만 그리스의 개혁안 평가에 관한 유로존 합의가 지연되면서 취소됐다. 이에 따라 그리스의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에 다시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리스는 지난 9일 강도 높은 긴축안을 담은 개혁안을 채권단에 제출하면서 3년간의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채권단 사이에서 강경론과 회의론이 잇따르면서 그리스 운명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dpa통신은 이날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유로존 19개 회원국 중 10개국 이상이 회의적인 입장”이라며 “그리스를 지지하는 입장은 프랑스 등 일부 국가”라고 보도했다. 독일은 하원에서 그리스 지원안을 놓고 두 차례 표결을 거쳐야 하며 핀란드, 프랑스, 오스트리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슬로바키아 등도 자국 의회의 승인 절차가 남아 있다.

독일과 핀란드가 ‘그렉시트’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S) 일요판은 재무부 문건을 인용해 “독일이 그리스에 최소 5년 동안 한시적으로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해법을 제안했다”고 11일 보도했다. 독어가 아닌 영어로 작성된 문서는 '가장 최근의 그리스 제안에 대한 논평'이라는 제목 아래 작성 일시가 10일로 돼 있었다. 이어 독일 dpa통신이 “그렉시트 대안론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지그마어 가브리엘 부총리, 그리고 쇼이블레 장관 사이에 조율된 사안”이라고 보도하자 파문이 확산했다.

핀란드 역시 그리스에 추가 구제금융 방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핀란드 공영방송 Yle는 “핀란드 의회가 그리스에 대한 어떤 추가 구제금융 방안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핀란드의 제2당인 핀란드인당은 “그리스 추가 지원안을 지지하면 현 내각을 실각시키겠다”고 압박했으며, 이에 따라 의원 25명으로 구성된 대의원회가 논의 끝에 그렉시트를 지지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리스 정부는 혹독한 긴축안에 관한 실행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11일 유로그룹 회의가 끝난 후 “그리스의 제안과 신뢰성 문제, 재정적인 문제들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했지만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데이셀블룸 의장은 회의 전 “개혁안 내용뿐만 아니라 신뢰의 문제에 있어서도 갈 길이 멀다”며 “개혁안이 아직 만족스럽지 않고 설령 만족스럽다고 해도 실제로 실행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은 그리스의 개혁안에 대해 “너무 미흡하고 너무 늦었다”며 “그리스 정부는 더 구체적으로 구속력 있는 약속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EU의 한 관리는 회의장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대해 “그리스 정부에 개혁안 이행을 위한 추가적인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전했다.

dpa통신에 따르면 유로그룹은 그리스 정부에 개혁안을 즉각 이행함으로써 신뢰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그리스 정부가 채권단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빨리 개혁안을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이르면 오는 13일에 개혁 법안이 그리스 의회를 통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EU 외교 소식통이 밝혔다.

최대 채권국이면서 가장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도 “단순히 ‘개혁을 원한다’고 말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그리스를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