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상장사, 증시 불안에 '거래중단' 봇물...역대최대 규모
2015-07-08 11:43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 증시가 당국의 거듭된 부양책에도 급락세를 이어가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절반에 달하는 상장사가 '자구책'으로 거래 중단 조치에 나섰다.
상하이증권거래소와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2776개 기업 가운데 7일 저녁까지 1429개 기업이 거래정지를 신청했다고 중국증권보(中國證券報)가 8일 보도했다. 이는 중국 본토 A증시에 상장된 전체 기업의 51%에 달하는 규모다.
증권 전문가들은 "이같은 거래 중단 '붐'은 전례가 없었던 현상으로 역대 최대 규모"라면서 우려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거래중단 조치는 대부분 회사 측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기업들은 주식 거래 중지 사유로 '중대계획'을 내세웠으나, 주가 폭락세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 신달증권(信達證券)의 천자허(陳嘉禾) 투자전략가는 "거래중단의 주된 목적은 매도세에 따른 주가 하락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했다.
중국 증시는 최근 기준금리 및 지급준비율 인하, 신용규제 완화, 양로보험기금 30% 주식투자, 기업공개(IPO) 일시 중단, 1200억 위안 증시안정기금 조성, 선물 거래량 제한 등 당국의 다발적 부양책에도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달 12일 2008년 1월 이후 최고치인 5166.35를 찍은 이후 전날(3727.14)까지 30% 가까이 추락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칼 워터 중국 증시 전문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매우 절망적"이라면서 "중국 증시 붕괴가 중국 주식 시장의 주역들인 '맘 앤드 팝(Mom and Pop·가족 운영 소규모)' 투자자들뿐 아니라 증권사 및 은행의 파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마크 윌리엄스 애널리스트는 가디언에 "중국 비상조치 효과는 결코 펀더멘털을 뛰어넘을 수 없어서 일시적"이라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실패로 확인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FT는 지난 3일 유럽 순방을 마치고 급거 귀국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중국 증시가 3주 전보다 30% 가까이 떨어지는 등 더욱 깊은 패닉 상태로 빠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유럽 순방에 동행한 한 관계자는 "리 총리는 귀국 당시 매우 화가 난 상태였다"면서 "그는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갑작스럽게 중대 문제를 처리해야할 입장에 놓였다"고 전했다. 그만큼 중국 당국 또한 중국 증시 폭락세를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는 긴급한 문제로 판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리 총리 귀국 직후인 4일과 5일 중국 금융 당국은 연이어 대대적 부양책을 공개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거래 중지가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류징더(劉景德) 신달증권 애널리스트는 "거래 중지는 단기적으로 지수의 변동성을 막는 데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베스포크 보고서도 외국 투자자의 중국 증시 노출이 심각하지 않다면서 따라서 "중국발 불안 때문에 글로벌 위험 자산을 (무조건) 처분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외국 투자자가 진짜 경계해야하는 것은 중국의 성장 둔화"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