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태,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은?… 정부 비상대책 회의

2015-07-06 16:07

그리스 국민들이 구제금융 협상안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사진=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 페이스북]

아주경제 이재영·노승길 기자 =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안 거부에 따라 그리스 경제 불안 및 유동성 경색이 계속되면서 한-그리스 간 교역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올 1~5월 한국 기업의 대그리스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73%나 감소했으며, 그리스 은행의 영업중단, 예금인출 제한이 장기화될 경우 바이어의 대금 미지급 사례도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6일 코트라 아테네무역관 및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그리스 수출 중 86%를 차지한 선박의 경우, 대다수 그리스 선사들이 파나마 등 해외에 편의치적을 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수출 감소가 덜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럼에도 그리스 위기 장기화로 글로벌 해운 시장의 회복이 더뎌지면 국내 선박 수출업계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국민투표 결과에 대해 그리스 산업계에서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럽 글로벌 건설·에너지 업체인 메트카의 키리야코스 팀장은 “금융업 마비로 전반적인 사업 환경이 악화되고 실업률이 상승하는 등 사회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단기간 내 직접적인 피해는 없겠지만 사회적으로는 당분간 사재기가 극성을 부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스의 글로벌 정보통신 업체인 인트라콤 텔레콤의 야니스 부장은 “우리 회사의 사업 중 75%는 해외에 기반을 둬 당분간 무리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자본통제가 지속되면 거래가 위축되고 EU로부터 국가전략기반프레임워크(NSRF) 펀드 지원도 끊길 것으로 예상된다. 심각할 경우 예정된 프로젝트가 취소되거나 사업손실에 따른 대량해고까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 역시 그리스의 향후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가전기업 현지법인의 관계자는 “단시일 내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이며 거래선 디폴트의 위험도 커졌다”며 “그렉시트 가능성이 커질수록 물가급등을 염려해 단기적으로 휴대폰, TV 등 가전제품 교체수요가 커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 교통시스템 분야 국내 기업의 현지지사 관계자는 “치프라스 집권 후 프로젝트가 사실상 중단되고 선금 수금이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코트라는 이번 국민투표 결과가 그리스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해외송금 제한이 장기간 지속되어 미수금 회수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지 거래은행을 통해 그리스 은행거래특별위원회에 공식 요청을 할 경우 건별로 송금 승인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하니, 수출 대금을 미처 받지 못한 경우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안 국민투표 부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한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 수립에 나섰다.

최희남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이날 "국민투표 결과 '반대'가 우세해 그렉시트 우려가 높아졌다"며 "주식·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이날 오전 8시부터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제금융센터 등이 참석하는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국제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그리스 이슈에 따른 수출시장의 주요 변수 중 하나는 환율이다. 그리스발 경제 불확실성에 따라 유로화 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가격경쟁력이 떨어진 국내 수출 업계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도 국제 채권단의 긴축 프로그램을 거부했다는 그리스 국민 투표 결과가 나오면서 원달러 환율은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