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렉시트 우려 현실화...금융시장 출렁·수출전선에 악재

2015-07-06 16:44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한층 커지면서 그리스 사태가 한국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당장 영향을 받는 것은 금융시장이다. 6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그렉시트의 위기와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주가의 경우 그렉시트 충격과 동시에 4.8∼7.6% 급락할 수 있다. 또 5분기가 경과되면 16.5%에서 26.5%까지도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외자본유출 압력도 클 것으로 한경연은 내다봤다. 유출되는 해외자본 규모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1%인 150억달러에 달한다는 것이다. 김성훈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그렉시트가 유로존이라는 거대한 실험의 실패를 의미하는 만큼 잠재적 파급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진단했다.

한경연은 성장률도 우려했다. 그렉시트가 지난 2010년 그리스의 1차 재정위기 수준으로 금융시장에 충격을 가한다면 그 시점에 우리나라 실질경제성장률은 0.28%포인트 가량 원래 성장경로보다 하락하고, 6개월 이후까지 지속되면 약 0.8%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충격이 약 5분기까지 지속되면 ▲멕시코 위기 수준의 충격인 경우 실질경제성장률 1.7%포인트 하락 ▲1차 그리스 위기 수준인 경우 2.3%포인트 하락 ▲러시아 위기 수준인 경우 2.7%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엔저에 이어 그리스 사태는 한국 수출전선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단 그리스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전체의 0.2%로 매우 낮고 유로존에서 그리스가 차지하는 경제 비중도 미미하다. 그러나 2010년 유럽 재정위기 때처럼 주변국으로 위기가 파급되면 유럽 전체가 경기침체에 빠지면서 유로존에 대한 수출 전반에 악영향이 올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EU 수출은 516억5800만달러,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다.

여기에 유로화 값이 떨어지면 원화 가치는 더 올라가기 때문에 한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은 더 떨어지게 된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대EU 수출이 그렉시트 등 EU의 위기로 확산될 경우 7.3%포인트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며 "그리스 위기가 장기화되면 우리나라의 대EU 수출도 악화일로를 걸을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통화·금융당국도 그리스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이날 한은에서는 오전 8시, 11시 두 차례에 걸쳐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열었다. 회의 후 한은은 "그리스 사태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그리스 사태가 EU 밖으로 전이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 원장은 외신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현재로선 그렉시트가 EU의 어려움으로 끝날지 그 이상으로 전이될지가 중요하다"며 "한국은 대외변수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나라이므로 시장에서 나오는 각종 시그널이나 발표, 이런 변수가 만들어내는 효과를 조심해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