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추경] 7월국회 처리 요원…'야당 반발' '유승민 거취' 변수

2015-07-03 10:36
與 "20일까지 처리" vs 野 "속도보다 정확성" 기싸움 예고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정부가 3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및 가뭄 극복과 관련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안을 발표, 국회가 7월국회 내 이를 그대로 받아안을 지 주목된다.
 
기획재정부는 6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오는 6일 11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 편성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추경안은 기획재정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등 추경 관련 상임위원회의 심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 상정·처리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정부가 3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및 가뭄 극복과 관련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안을 발표, 국회가 7월국회 내 이를 그대로 받아안을 지 주목된다. [사진=SBS 화면 캡처]


여야는 이에 따라 추경안 처리를 위한 임시회를 또 열기로 전날 새누리당 조해진·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가 잠정 합의한 상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일단 추경 편성안의 국회 통과 자체에 대해 여야가 모두 공감하고 있어, 처리 자체는 힘들 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추경이 국가적 재난인 메르스 사태의 피해를 구제하고, 여기에 그리스 위기 사태까지 닥쳐 '내우외환'에 빠진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마련된 만큼 여당은 물론 야당도 추경 편성안의 국회 통과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

그러나 추경 편성안을 언제까지 처리하느냐에서는 여야가 입장이 갈린다. 여당은 추경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졸속 처리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1일 당정협의회를 통해 추경이 20일까지는 통과돼야 한다고 입장을 정리, 오는 20일과 23일에 임시회 본회의 일정을 잡을 방침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추경안은 가능한 오는 20일까지 처리하도록 상임위와 예결위를 독려하고 야당의 협조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상임위와 예결위를 동시에 가동하는 '투트랙' 방식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데드라인'을 정해놓으면 심사가 졸속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난색을 보이고 있다. 심사에 물리적으로 20~30일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속도보다 정확성에 주안점을 둬 필요한 곳에 적절한 예산이 쓰이는지 꼼꼼히 따지겠다"고 밝혔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전 중 추경에 대한 지도부의 의견을 정리, 강기정 정책위의장과 안 의원이 국회에서 추경에 대한 당의 입장을 발표했다. 

강 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내놓은 추경은 한마디로 '양구구육형'(양머리 내놓고 개고기 판다)는 말이 딱 맞는 추경"이라며 "메르스, 가뭄 등 맞춤형 추경하랬더니 하지 않고 재정판탄 경제실정 감추는 세입보존형 추경"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그는 당 정책조정회의에서도 "10여일 밖에 안 걸린 졸속 추경의 7월20일 통과는 어불성설"이라며 "지난 번 추경은 (결정부터) 통과까지 20일 걸렸고 2009년에는 30일 걸렸다. 국회에 넘어오면 꼼꼼히 심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거부권 정국 속 핵심 이슈로 떠오른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추경안이 제출되는 6일을 '사퇴 시한'으로 못 박은 상태이기 때문이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이런 가운데 최근 거부권 정국 속 핵심 이슈로 떠오른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추경안이 제출되는 6일을 '사퇴 시한'으로 못 박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사퇴할 이유를 못 찾겠다"며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는 유 원내대표는 오는 20일 처리를 목표로 추경안 처리 협상을 주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원내대표가 친박계 요구대로 6일을 전후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결단'을 내릴 경우 여당은 추경안 처리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원내사령탑의 공백 상태를 맞는다.

유 원내대표가 사퇴할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한 주장이지만, 사퇴하더라도 추경은 처리하고 물러나는 게 적절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이런 이유에서 나온다.

그러나 한 친박계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자리를 지킬 경우 야당이 여당의 분란을 조장하기 위해 추경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을 내놓기도 했다. 다른 친박계 의원도 "추경까지 처리하겠다는 건 유 원내대표가 이 사태를 어물쩍 넘어가 임기를 다 채우겠다는 뜻이나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으론 11조8000억원의 추경 가운데 5조6000억원이 세입경정, 즉 올해 세수 부족분을 메우는 방식으로 조성하겠다는 점이 추경 처리의 쟁점이 될 소지가 있다. 한동안 수면 아래 있던 증세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야당은 전날 열린 기재위 조세소위원회에서 '법인세율' 인상을 집중 거론했다.

또한 9조6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하는 데 대해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우려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가뜩이나 그리스 사태로 국가채무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시한 추경안대로 국채를 발행하면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569조9000억원에서 579조5000억원으로 증가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7.5%로 1.8%포인트 상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