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가 달라졌어요! 소재·포맷 새로운 드라마 ‘심야식당’(종합)
2015-07-03 10:34
2일 서울 라마다서울호텔에서 진행된 SBS 새 토요드라마 ‘심야식당’ 제작발표회 및 기자 시사에서는 그 습관을 버리고 오롯이 작품을 봤다. 음식을 소재로 해 우리 사는 이야기를 요란스럽지 않게 그린 극본, 세월의 흔적을 켜켜이 담아낸 세트장, 푸근한 영상미,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들이 펼치는 군더더기 없는 연기가 소담스럽게 담겨 나왔다.
드라마 ‘심야식당’은 일본에서 2007년 첫선을 보인 아베 야로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자정에 문을 여는 도심 골목의 심야식당에서 식당 주인이자 셰프인 마스터가 저마다 사연을 가진 손님에게 맞아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며 상처를 달래주는 이야기다. 일본에서 드라마, 영화로 제작됐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43만부 이상 팔리며 인기를 얻었다.
한국 드라마 ‘심야식당’은 30분으로 하나의 에피소드가 완성되는 시리즈 형태로, 1일 2회 방송한다. 한국 TV드라마 역사상 처음으로 시도되는 포맷이다.
연출을 맡은 황인뢰 PD는 “포맷 개발은 씨 뿌리는 단계에 해당한다. 우리는 한동안 씨뿌리는 일을 잊은 채 열매 따 먹는 일에만 골몰했다. ‘심야식당’으로 한국 TV 드라마의 지경을 넓힌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고 했다.
“최소한 아시아권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해온 한국 TV 드라마가 포맷의 다양성 측면에서만큼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간혹 히트작이 나오기도 하지만 한국 TV 드라마는 유례없는 침체국면을 맞아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방송 환경을 탓하거나 해외시장의 몰락 같은 핑곗거리를 찾는 일은 비겁하다. 지금보다 훨씬 어려울 때도 오히려 밭을 갈구고 씨를 뿌렸다”고 역설했다.
극본을 맡은 최대웅 작가는 “물론 우리도 1시간짜리 드라마로 만드는 것을 시도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랬더니 막장, 삼각관계가 다 들어가더라. 보통 일본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보다 방영 시간이 짧고, 방영 횟수도 적기 때문에 시키는 과정에서 추가 스토리가 첨가돼 격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원작 ‘심야식당’의 맛을 살리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인기작을 리메이크하는 부담감과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최 작가는 “우리 작품 관련 기사에 ‘원작 건들지 마라’ ‘떡볶이는 하지 마라’라며 부정적 댓글이 달리더라”라면서 “나도 원작의 팬이다. 부디 우리 작품을 보고 판단해 달라”고 했다.
공동 집필을 맡은 홍윤희 작가는 “만화 원작을 보면 알겠지만, 에피소드가 아주 짧다. 일본 음식과 우리의 식문화가 달라서 일본에만 있는 음식은 우리나라 음식으로 대체했다. 주인공과 사연이 있는 음식을 한국화하는 것이 가장 주된 작업”이라고 밝혔다.
“음식이 요즘 대세다. 대중이 보고 싶어 할 것 같은 음식을 선별하기도 했지만 궁극적으로 인생의 맛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음식에만 맛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인생에도 쓴맛, 단맛, 매운맛 등이 있지 않느냐. 어떤 음식으로 어떻게 융화시킬지 고민했다. 보편적인 추억의 맛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황 PD는 “원작이 국내에서 40만 이상 팔렸다. 연출자로서 부담스러운 수치다. 그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온갖 고초를 각오해야 한다”면서 “해외 콘텐츠를 원작으로 하는 연출을 몇 편 했다. 하나 이상의 나라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진 작품들이었다. 그때마다 연출로써 나 자신이 국가대표라는 생각을 품고 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승우 최태성 남태현 정한헌 주원성 박준면 반민정 손화령 장희정 강서연 손상경 출연. 토요일 밤 12시10분 첫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