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 한국거래소 지주사 전환… 노조 강경 '반대'·사측 원안 '추진'

2015-07-02 17:22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 전경. [사진= 한국거래소]


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한국거래소가 지주회사 전환을 둘러싸고 내홍에 휩싸였다. 노조는 반대 입장 노선을 확실히 한 반면 사측은 당국 원안대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일 한국거래소 노조는 '코스닥 분리 및 거래소 지주회사제 전환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통해 "지주 회사제는 우리 현실과 동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낙하산 인사나 자회사 이기주의에 따른 비효율만 증대시킬 것"이라며 "특히 자본시장 전반에 대한 체제개편 논의로 확산돼 유관기관 구조조정 등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될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자본시장법상 현 각 시장본부를 거래소 자회사로 허가받기 위해선 인적·물적 설비를 갖춰야 하고, 시장 감시 및 청산결제 기능 등 업무를 다른 유관기관과 나눠야하는 만큼 사회적 비용이 심화될 거란 설명이다.

노조는 금융당국과 거래소 측이 지주사 전환으로 급선회한 데 대해선 음모론을 제기했다. 민관합동 벤처펀드 투자자금 회수를 위한 시장 마련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법 개정 과정에서 난관에 봉착할 경우 코스닥만 자회사로 분리하자는 당근책을 제시하고, 거래소는 지주사 전환과 기업공개(IPO)를 보장 받았다는 식으로 협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판단이다.

당국이 코스닥 분리와 지주회사 전환이라는 투트랙을 구사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얘기다.

노조는 코스닥시장 분리를 우려하고 있다. 코스닥이 분리된다면 과거 코스닥 진입 문턱을 대폭 낮춰 버블을 야기한 '묻지마 상장'이 재발현될 수 있을 거란 관측이다.

또한 주체의 적격성과 절차의 공정성, 목적의 정당성 등에 대해서도 물음표를 던졌다.

100% 민간 주식회사인 거래소에 대해 지배구조 개편 등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고, 이해관계자들간 우렴 수렴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또한 현행 지배구조 체제 하에서 모험 자본 활성화, 자본시장 효율성 제고 등 역할 수행이 작동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논리적인 반박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거래소 측은 지주사 전환과 IPO 동시 추진이라는 당국의 방안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혀 양측은 강대강으로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거래소 지주사 전환은 한국 자본시장의 역사에 큰 획을 긋는 획기적인 방안"이라며 "거래소는 정부 발표 방안을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동기 거래소 노조위원장은 "이번 방안은 코스닥 분리를 달성하려는 정치적 꼼수로 불과 3개월만에 급조된 것"이라며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