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부자들, 저금리 시대 '정크본드' 홀릭...3년간 19조 규모 매입

2015-07-02 14:09

[사진 = 중국신문사]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아시아 부자들이 신용등급이 낮은 정크본드(하이일드 채권)로 몰리고 있다. 전 세계적인 저금리 시대를 맞이하면서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단기간에 고수익을 내고자 하는 부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융정보업체 딜로직 집계를 인용, 아시아의 개인 투자자들이 지난 3년간 약 170억 달러(약 19조1000억원) 규모의 정크본드 사들였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이전 3년간 매입액의 두 배 이상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 2013년부터 아시아 지역에서는 정크본드 발행량이 급증했다. 특히, 부유한 개인 투자자들은 프라이빗 뱅킹(PB)을 통해 정크본드 발행 물량의 4분의 1 가까이를 사들였다.

지난해 아시아에서 발행된 정크본드의 대부분은 중국 부동산 개발 기업들이 사들였다. 중국 부동산 개발 기업들이 전체 정크본드 시장에서 차지하는 하는 비중은 2011년 25%에서 올해 64%로 크게 올랐다.

특히 올해 초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카이사그룹홀딩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일으키면서 정크본드 시장이 경직된 와중에서도 계속해서 정크본드를 사들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많은 투자자가 오랜 기간의 침체를 딛고 최근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는 중국 부동산 시장에 베팅을 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 정크본드 발행 규모는 9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7억 달러에 비해서는 줄었다. 하지만, 프라이빗 뱅킹 고객의 신규발행 정크본드 규모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올 들어 5개월간 프라이빗 뱅킹 고객이 발행한 정크본드는 전체 발행액의 23%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의 21%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다만 지난달은 기관투자자들이 중국 부동산시장 회복을 낙관해 정크본드 매입을 확대하면서 그 비중이 19%로 낮아졌다.

아시아에서 정크본드 시장이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시작하던 2009년 이전에는 전체 시장에서 프라이빗 뱅킹 고객에 의해 발행된 정크본드 비중이 8%도 안 됐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위험성은 높지만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에 목마른 부자들이 정크본드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에 2013년에는 프라이빗 뱅킹 고객에 의한 정크본드 발행 규모가 27%로 최고조에 이르기도 했다.

홍콩 JP모건 프라이빗 뱅크의 벤 시 채권외환상품 담당 헤드는 "모든 이들이 저금리 상황에서 좀 더 나은 수익률을 추구하고 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