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교육감 1년 공과 논란

2015-06-30 11:00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30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진보 교육감들에 대한 평가가 분분하다.

자율형사립고등학교 폐지 등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컸던 가운데 혼란만 부추겼다는 비판이 있는 반면 한계가 있지만 고교 서열화 해소와 혁신학교 활성화 추진 등 교육 격차와 교육을 통한 부의 대물림 해소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 것이 아니냐는 반론도 나온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자사고 폐지와 유치원 원아모집 개선 등의 정책에 대해 논란이 컸었다.

지난해 7월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취임하자마자 기준을 새로 마련해 자사고에 대한 평가를 다시 진행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주변 학교에 대한 설문을 내용으로 한 공교육 강화 관점에서 마련한 초기 평가안에 대해서는 주관적일 수 있다는 비판이 일면서 폐기한 가운데 기준을 새로 마련해 진행한 평가에서 서울교육청은 14개 자사고 중 절반이 넘는 8곳에 대해 지정 취소를 결정하면서 대상 학교들의 반발을 불렀다.

대상 학교들에 대한 청문을 진행한 결과 조 교육감은 완전추첨제로 학생을 뽑기로 한 신일고와 숭문고에 대해서는 평가 2년 유예 결정을 내리면서 나머지 학교에 대해 지정 취소 통보를 했지만 교육부가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반려해 대상학교들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정취소 대상 학교들은 지정 취소 목적으로 평가 기준을 바꿔가며 학교들이 대거 기준 점수에 미달하도록 만들었다며 반발했다.

이같은 상황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특수목적고등학교와 국제중학교에 대한 평가에서도 서울외고와 영훈국제중이 기준점수에 미달한 가운데 청문에 참여해 소명한 영훈국제중에는 2년 유예 결정을 내리고 불참한 서울외고에 대해서는 교육부에 지정 취소를 요청했다.

올해 자사고 평가에서도 11개 학교 중 경문고, 미림여고, 세화여고, 장훈고기 기준 점수에 미달해 청문을 앞두고 불참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들 네 학교도 청문 불참으로 서울교육청의 지정취소 요청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 학교의 지정취소 여부는 교육부의 동의에 달려 있다.

진보 교육감들이 특목고와 자사고 등의 지정 취소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우수 학생 선점으로 일반고가 더 황폐화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이지만 수년간 지위를 유지해 온 학교의 입장에서는 반발이 불가피하다.

조 교육감이 유치원 원아 모집 개선안을 밀어붙인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거를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지 못한 채 중복 등록의 경우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여의치 않자 이를 철회하면서 당초 중복 지원을 하지 않고 교육청의 방침을 따랐던 부모들만 피해를 봤다는 비판과 함께 충분한 검토 없이 실험적인 정책을 강행했다는 비판이 컸다.

당초 공약으로 내걸었던 자사고와 특목고 페지 등은 결과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자사고 폐지 등에 집중하면서 다른 정책 추진 동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 고교선택제의 개선도 미뤄지고 있다. 정책 연구가 나오면 이르면 내후년에야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고와 후기고 입학전형의 통합도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같은 제도개선으로 고교서열화가 얼마나 바뀔 수 있을지 의문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도 군별 모집을 하고 있지만 서열화는 여전하다.

공약사항 중 하나였던 학원을 대상으로 한 일요일 격주휴무제와 학원비 상한제에 대해서도 검토를 진행 중으로 시행은 미뤄지고 있다.

9시 등교의 경우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강행하면서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되는 가운데 의견수렴 없이 시행이 되면서 맞벌이 부부들이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서울의 경우에는 의지를 밝혔으나 의견수렴 결과 일부 중학교에서만 시행이 됐다.

진보 교육감들의 주요 정책 중 하나인 혁신학교의 활성화는 진행 중이다.

서울의 경우 목표에는 미치지 않았지만 공모를 통해 대상 학교를 늘려 연 6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연간 2회에 걸쳐 새 학교를 찾고 있다.

교총 등에서는 혁신학교에 대한 지원이 다른 학교와의 형평성에서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서울의 원스트라이크아웃제 등 비리척결에 대한 정책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다.

학생조례규칙 제정 등 학생 자치 확대 방안 추진에 대해서도 큰 비판은 없었다.

서울의 경우에는 고등학교 자유학기제의 성격인 오디세이 학교 운영에 시동을 걸면서 대안 교육을 공교육 내로 끌어오려는 시도는 작지만 평가를 받고 있다.

진보교육감들이 1년 동안 정부와 맞섰던 문제가 예산 문제였다.

국가 재정이 어려운 가운데 누리과정 예산과 교원 명예퇴직 예산 등을 놓고 정부와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부는 누리과정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해 집행 하도록 돼 있다는 원칙론을 내세웠으나 진보교육감들은 기뜩이나 재정이 모자란 가운데 대통령의 공약 사업으로 국가 지원이 추가로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결국 지방채 발행을 통해 명퇴와 누리과정 등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예산을 놓고 벌어진 갈등은 봉합이 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교조 법외토조 통보 등을 통한 전임자 복귀 문제 등을 놓고도 진보교육감들과 정부는 미묘한 입장차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조희연 교육감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받으면서 직선제에 대한 개선 논란도 수면에 떠오른 상황은 진보교육감들에게는 위기가 되고 있다.

조 교육감의 경우 1심 결과에 따라 정책의 추동력은 떨어진 상황으로 2심이 진행중이다.

교총 등이 제기한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위험심판소송에 대한 심리가 시작되면서 진보교육감들의 1년간의 성과에 대한 논란은 다시 일 것으로 예상된다.

진보교육감들로서는 취임 후 1년간 권한의 한계를 체감한 한 해가 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고교서열화 등을 개선하려고 하더라도 대학 입시 정책과 맞물려 있는 가운데 교육 당국 뿐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고교와 대학 등에 대한 서열화 의식이 뿌리가 깊기 때문이다.

진보 교육감과 교육 당국의 갈등으로 혼란이 커지게 되면 학부모와 학생들만 피해를 볼 수 있어 진영 논리에 빠져 대결 국면을 지속하기 보다는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