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질식사망·사고재해예방 위해서는 안전수칙 준수

2015-06-22 09:21

 


-안전보건공단 부산지역본부 김광일 과장.

"작업장소 위험요인 정보 정확히 전달 해야"
"작업안전수칙 준수...보호장비 착용 후 구조"
"작업관리자, 작업자 대상 안전보건교육 실시"

날씨가 점점 무더워지고 있다. 이때쯤이면 어느 사람은 여름휴가를 계획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어느 사람은 폭염을 대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작업안전을 위해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매년 여름철만 되면 뉴스에 항상 보도되는 사고가 있다. 바로 밀폐공간 질식사고 뉴스이다. 지난 10년간 밀폐공간에서 작업 중 241명이 다쳤고 그 중 171명이 사망해 매년 17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가고 있는 위험한 사고이다. 특히 여름철에는 축산분뇨 처리작업, 맨홀작업, 오폐수처리시설 보수작업 등에서 주로 발생하며 겨울철에는 콘크리트 양생작업 등 건설현장에서 발생한다. 통계적으로 시기와 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며 2015년에 들어 와서는 재해자가 3명이상인 대형사고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 ‘밀폐공간‘이란 무엇일까? 밀폐공간이란 환기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산소결핍이나 유해가스로 인한 건강장해 또는 인화성물질에 의한 화재·폭발 등의 위험이 있는 장소를 말한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우물, 수직갱, 터널, 맨홀, 탱크, 정화조, 침전조, 집수조, 반응기 내부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밀폐공간은 반드시 현재 산소결핍이거나 유해가스로 가득 차 있는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작업과정 중 산소결핍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 공간도 밀폐공간으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 몸의 산소는 매우 중요하다. 산소가 없다면 우리는 살아갈 수 없는데 ‘산소결핍‘은 산소농도가 18%미만인 상태를 말한다. 산소농도가 16%이하가 되면 안면이 창백하거나 맥박과 호흡이 빨라지며 현기증, 구토, 투통 등이 나타난다. 또 산소농도가 10%이하가 되면 의식상실, 경련, 혈압강하, 맥박수 감소의 증상이 나타나며 결국 질식 또는 사망하게 된다. 호흡정지 시간이 6분 이상이 되면 소생가능성은 없어지게 되며 소생한계 내에서 구조된 경우에도 후유증이 남아 평생 뇌사상태로 살아가는 안타까운 사례도 볼 수 있다.

산소가 결핍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물질의 산화작용, 미생물의 호흡작용, 치환용 가스의 사용 그리고 유해가스의 누출에 의하여 산소결핍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첫째, 정화조·저장용 탱크 등의 내부에서는 탱크 소재 자체가 산화(부식)되고 공기 중의 산소를 소모해 작업공간의 산소가 결핍되는 현상을 일으킨다.

둘째, 맨홀·저장탱크에 존재하는 미생물은 호흡작용을 통해 산소를 소모하며 섭씨 30°도 부근에서는 사람에 의한 산소 소모량보다 무려 수십배에서 최고 6000배까지 높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셋째, 화재·폭발을 방지하기 위해 내부에 공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질소나 아르곤 가스 등 불활성가스를 사용하는 경우에 해당 설비 내부의 산소분압이 떨어져 질식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사고는 화학반응설비 취급이나 아르곤용접 등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유해가스 배관이 연결되어 있는 공간에서 작업하는 경우 가스차단을 완전하게 하지 못해 유해가스가 작업공간으로 누출되었을 때 산소결핍 또는 유해가스 중독으로 사망할 수 있다.

2014년에 발생한 원전 건설공사 질식사고를 예로 들어보자. 2014년 12월 26일 16시30분경에 발생한 이 사고는 원전보조시설 건설현장 내 밸브룸을 순찰 중이던 협력업체 근로자 2명이 밸브에서 누출되는 질소가스에 의해 사망했으며 이들은 구출하려던 근로자 1명도 사망했다.

최근 경기도 이천시 소재의 △△사의 질식사고는 올해 4월 30일 오후 12경에 발생했으며 단지 내의 신축 반도체 공사장 옥상 연소실 내부에 협력업체 근로자 2명이 전날(4월 29일) 시운전한 단열재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들어가서 1차적으로 쓰려졌고 다른 작업을 위해 들어온 근로자 1명이 연소실내 쓰러진 근로자를 구출하기 위해 연소실 내부로 들어갔다가 연소실 내 조성된 질소가스에 의해 사망한 재해이다.

이 두 사고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3명의 사망자를 발생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고장소에서 다수의 재해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 재해자가 모두 협력업체 직원이다. 원청업체에서 제대로 된 위험요인에 대한 정보를 받지 못한 협력 또는 하청업체 직원들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 구조작업 시 공기호흡기 등 적절한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아 구조하려던 근로자도 사망했다는 사실이다.

그럼 이런 ‘밀폐공간 질식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적으로 원청업체에서는 협력 또는 하청업체의 근로자에게 작업장소의 위험요인 정보를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일명 ‘Hazard Communication’(위험요인 정보전달)은 협력(하청)업체와 작업을 관리·감독하는 원체업체가 지켜야 할 안전수칙의 기본이자 의무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기본적인 작업안전수칙을 준수하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명시되어 있듯이 작업 전 산소농도 및 유해가스농도를 측정하고, 작업전·중 환기를 지속적으로 실시하며, 작업장 외부에는 감시인을 배치하고, 작업장 내부의 작업자와 의사전달이 가능하도록 하고, 재해자 발생 시 공기호흡기 등 적절한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구조를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안전보건교육 실시하는 것이다. 사고예방의 기본은 안전보건교육이다. 작업을 지휘하는 작업관리자는 작업자를 대상으로 안전보건교육을 철저히 실시하여 미연의 사고를 방지해야 한다.

옛 중국 고사성어 중 ‘불문마(不問馬)’라는 말이 있다. 공자가 관아에서 돌아와 보니 자기집에 불이 나서 마굿간이 고스란히 타 버렸다. 공자가 가지고 있는 말은 상당히 일품이었다.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들은 공자는 말은 무사한가라고 묻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먼저 물은 것은 ‘누구 다친 사람은 없느냐?’라는 것이었다. 보통 사람 같으면 무엇보다도 먼저 말은 무사하냐고 했을 것인데 공자만큼은 가축은 둘째로 생각해 사람의 안부를 먼저 걱정했다. 이로 인해 생긴 고사성어가 ‘불문마(不問馬)’이다.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다시 금 인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좋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생명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더구나 산업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는 근로자들의 생명은 더욱 소중하다. 이런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의 안전수칙 준수와 실천이다. 나 하나의 실천이 다른 사람의 생명과 행복을 지킬 수 있다면 그 얼마나 값지고 귀하지 않니 할 수 있는가? 오늘도 무사 안전과 행복을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