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메르스 관련 법안 ‘묻지마식’ 발의…졸속심사 우려

2015-06-18 16:09

전국적인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에 따른 시민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PC 방에서 한국방역협회 직원들이 살균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정국에서도 국회의 후진적 행태인 ‘묻지마식’ 법안 발의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절반 이상의 법안이 ‘페이고’(pay-go·법안 제출 시 재원 조달 방안 의무화) 원칙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사실상 ‘실적 부풀리기용’ 법안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의원입법에 대한 정성적 평가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 달간 3일마다 2건씩 발의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메르스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난달 20일 이후 발의된 감염병 관리 등 메르스 관련 법안은 19건이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14건으로 가장 많았고, △검역법 일부개정법률안 3건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2건 등이다. 약 3일마다 2건씩 발의된 셈이다.
 

특히 절반 이상의 법안이 ‘페이고’(pay-go·법안 제출 시 재원 조달 방안 의무화) 원칙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사실상 ‘실적 부풀리기용’ 법안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의원입법에 대한 정성적 평가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내용도 감염병관리사업지원기구 설치 등 정부의 감염병 관리체계 강화, 격리자 등에 대한 손실보상 등 피해보상책 마련, 감염병과 병원에 대한 정보공개 확대, 감염병 확산 책임자에 대한 처벌 강화 등 상당수가 겹친다.

일각에선 메르스 관련 법안이 2009년 신종플루 대란 때처럼 ‘무더기 법안 발의→자동폐기 수순’ 등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비판한다.

실제 당시 전염병 예방법 개정안 추진을 보면, 정부는 2008년 12월 전염병 예방법 개정안을 재발의했다. 하지만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현 보건복지위)는 7개월 뒤인 이듬해 7월 전체회의에 관련 법안을 상정했다. 미디어 3법 등을 둘러싼 여야 간 치킨게임으로 법안 심사를 하지 않다가, 서둘러 졸속 심사를 한 것이다.

◆페이고 준수 절반 이하…특위·상임위 기능 중첩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19개의 메르스 관련 법안 중 비용추계서 제출 법안 수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7건(새누리당 경대수·김성태·이명수,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김성주·양승조·유기홍 의원) △검역법 일부개정법률안 1건(새누리당 김현숙 의원) 등 8건에 그쳤다.

페이고 원칙에 대한 예외조항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재정준칙을 국회가 지키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이에 따라 크게 ‘비용추계서 첨부(1단계)→의무지출 법안 발의 시 다른 의무지출 감소 법안 함께 발의(2단계)→법률 시행 이후 투입되는 재정지출과 수입보전 방안 마련(3단계)’ 등으로 나눠진 불완전한 페이고 원칙의 ‘법제화’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메르스대책특별위원회와 보건복지위의 기능 중첩도 논란거리다. 국회가 조속히 기능 중복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혼선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가 기능 중복의 문제를 해결하기 전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관련 법의 시행령 제·개정에 나설 경우 적잖은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국회 상임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여야가 메르스 사태의 후속대책을 위한 법안을 발의하면서 초당적 협력 체제를 구축했지만, 양적 발의만을 목표로 하는 의원입법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국회 메르스대책특별위원회와 보건복지위의 기능 중첩도 논란거리다. 국회가 조속히 기능 중복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혼선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가 기능 중복의 문제를 해결하기 전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관련 법의 시행령 제·개정에 나설 경우 적잖은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사진=아주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