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감염 '초읽기?'…이제 깨져버린 '메르스 정설'

2015-06-17 00:00

16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백병원 음압격리병실에서 한 메르스 치료 의료진이 통제구역 밖을 바라보고 있다. [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최대 잠복기 2주를 지났지만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지 20일이 다 되어 증상이 나타나는 확진자들이 연일 끊이질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메르스 잠복기(2~14일)와는 다른 양상이다.

16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확진된 환자 4명 가운데 3명인 151번(38)·152번(66)·154번 환자(52)는 지난달 27일 각각 가족 병간호를 위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가 14번 환자(35)와 접촉한 뒤 감염됐다.

전일 메르스에 노출된지 16일 만에 증상이 발현된 환자에 이어 또 다시 기록이 깨진 셈이다. 이 환자들은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지 19일 만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부는 당초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사례를 근거로 메르스 잠복기를 최대 14일로 판단했다. 그래서 2번째 '수퍼 전파자'로 불리는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마지막으로 머문 날짜(5월 29일)에 최대 잠복기인 14일 더한 6월 12일이 지나면 '2차 유행'이 종식될 것으로 예견했다.

실제 경기평택병원의 경우 지난달 21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최대 잠복기(6월6일)가 지난 이후에는 추가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이 두 번째 감염지가 된 지 20일이 지난 현재에도 추가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가 방역대책의 기본으로 세운 '메르스의 최대 잠복기는 14일'이라는 첫 번째 공식이 깨진 셈이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보건당국이 예상한 것보다 더 강하다는 지적도 있다. 평택성모병원 첫 환자는 동일 병실 사용이 아니었음에도 다수의 사람들에게 2차 전파를 시켰다. 또 다른 '수퍼 전파자' 14번 환자도 70명이 넘는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서울아산병원의 청원경찰인 92번 환자(27)는 응급실에서 10분 정도 확진자와 접촉했다가 메르스에 감염됐다. 감염 환자의 심폐소생술을 하던 간호사인 148번 환자(39)는 방호복을 입었음에도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정부 통제 밖에 있던 4차 감염자도 속출하고 있다. 평택경찰서 경사인 119번 환자(35)는 아직도 정확한 전파 경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구급차 운전자인 133번 환자(70)와 구급차 동승자인 145번 환자(37)도 3차 감염자로부터 바이러스가 전염된 4차 감염자로 확인됐다.

감염경로 추적이 불가능한 환자가 늘면서 이제 '차수'는 의미가 없어졌다. 사실상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다는 의미다. 

이로써 정부가 주장해온 '최대 2주 잠복기', '밀접 접촉을 통한 감염', '지역사회 전파 없음' 등의 메르스 정설이 모두 깨졌다. 

전문가들은 메르스의 기본 정설이 모두 깨진 만큼 방역대책을 원점에서 다시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A병원 전문의는 "상황이 장기화된 데는 정부가 당초 일반접촉자 가운데서도 감염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WHO(세계보건기구) 메르스 가이드라인 탓만하며 방역대책에 여전히 미온적이다. 

권준욱 대책본부 총괄반장은 16일 언론브리핑을 통해 "WHO가이드 라인에는 비말로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2m이내의 밀접접촉자에 대한 언급만 있다"며 "이렇다보니 밀접접촉자와 일반접촉자 구분이 어려웠고 능동감시자 가운데 감염자가 생기면서 갑자기 접촉대상자가 늘어 통제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WHO에 문의한 결과 메르스의 최장 잠복기는 14일이 맞고, 현재까지 그것과 관련해서 발생한 문제는 없다"며 "산발적 전파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삼성서울병원의 사례와 같이 집단 감염 사례는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