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EU 인프라 펀드에 대규모 투자...미국과 경제외교 ‘전면전(戰)’

2015-06-15 10:48

중국 정부가 6월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서 개최되는 EU 정상회의서 올해 말 새롭게 구축되는 EU 인프라 펀드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사진은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 [사진 = 중국신문사]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이 새롭게 출범하는 유럽연합(EU) 인프라 펀드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올해 초 미국 앞마당으로 불리는 남미 지역에서 대대적 '수표장 외교'로 미국의 심기를 건드린 중국이 EU까지 포섭하고 나서면서 중국과 미국의 팽팽한 경제 외교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 정부가 이달 29일(이하 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서 개최되는 EU 정상회의서 올해 말 새롭게 출범하는 EU 인프라 펀드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선언할 예정이라고 14일 보도했다.

이번 EU 정상회의에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 총리는 회의에서 EU 펀드가 중국에게 더 많은 유럽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견에 지지 의사를 보낼 예정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EU의 한 외교 관계자는 그 규모가 수십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 투자안은 오는 9월 개최되는 또 다른 회의를 통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올해 초 EU 재무장관들은 민자 유치를 위해 가칭 '유럽전략투자펀드'(EFSI)' 구축 계획을 밝혔다. 규모는 3150억 유로(약 392조9200억원)에 달하며 올해 말부터 향후 4년간 투자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유럽 28개 회원국이 내놓은 2000여개의 사업 계획안 중 일부가 투자 자금을 얻는 구조로 운영된다.

이 펀드는 지난해 11월 취임한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의 캠페인 공약 중 하나로 추진됐으며, 최근 EU 위원들과 유럽 정부들이 이에 공식 합의했다.

중국이 서방 인프라 투자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면서 중국의 글로벌 경제질서 재편 행보는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최근 중국은 거대한 차이나머니를 앞세워 '미국의 리그'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1월 중국 정부는 향후 10년간 남미에 2500억 달러(약 279조33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 미국도 넘보고 있는 미개척 성장 엔진인 아프리카에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미·중 사이의 경제 외교 갈등은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이 세계 각국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데는 ​중국의 올해 최대 국책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실현하기 위한 목적도 담겨있다. 중국은 "이번 투자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유럽 정부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한 더 많은 투자를 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EU는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한 데 이어, EU 펀드에 대한 중국의 투자까지 유도하면서 미국을 더욱 자극하게 됐다. 

EU 펀드에는 현재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풀란드가 각각 80억 유로씩 투자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중국 투자가 공식화될 경우 EU 투자기금은 출범 전부터 큰 성과를 거두게 되는 셈이라고 통신은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