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홍콩 사스 사태같이 지속된다면 2.5%까지 추락 가능"
2015-06-11 16:50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해외에서도 한국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수출이 5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회복세를 보이던 내수마저 메르스 사태로 급격히 얼어붙고 있어 심각한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11일 정부와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해외 투자은행(IB)들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한국은행의 4월 발표치인 2.4%보다 0.1%포인트 개선됐으나 최근 수출부진, 민간·정부소비 회복세 저조, 메르스 사태 등에 따른 성장전망의 하방 위험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메르스 사태가 관광 성수기 예약시즌, 내수회복 모멘텀이 충분하지 않은 시기에 발발해 소비심리가 재차 위축될 경우 경기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의 샤론 램 이코노미스트는 "한ㅍ달 내에 메르스 사태가 진정돼 소비심리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복되더라도 소매판매는 10%, 레스토랑 매출은 15% 감소하고 관광산업은 2개월 동안 20%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연간 GDP 성장률은 0.15%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의 올해 한국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3%로 최악의 경우 2.5%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시티그룹 역시 지난 2003년 홍콩의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사태로 인해 200억 달러 손실과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가 내려갔던 사례를 제시하면서 3% 성장률에 대한 하방위험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경제가 메르스로 충격을 받으면 글로벌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버크레스트 에셋매니지먼트의 패트릭 초바닉 수석 투자전략가는 "아프리카의 에볼라는 글로벌 경제에 별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한국은 글로벌 경제 공급망의 중심에 있어 일례로, 한국에 대한 접근이 막히면 그 충격은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메르스 사태가 사스 때보다는 충격이 적지 않겠냐는 데 무게를 뒀다.
메르스가 사스보다 전염력이 약하고 아직까지는 병원 내에서나 가족 사이에서만 전염돼 잘 억제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초바닉 투자전략가는 "사스가 일정 기간 동안 매우 심각했지만 그 충격은 상당히 일시적이었다"면서 2003년 6월에는 아무도 열차 역이나 쇼핑몰에 가지 않았지만 "그해 7월에 사스가 소멸하면서 경제나 다른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전염병의 특성과 실제로 얼마나 퍼질 수 있는지에 따라" 충격은 달라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