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하는 정부3.0]③전문가진단 “메르스 사태, 朴정부 위기관리능력 ‘후진국’…소프트웨어 바꿔야”
2015-06-11 16:52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행정 및 정치전문가들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사태와 관련,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은 후진국 수준”이라며 국정기조의 대전환을 촉구했다.
메르스 사태에서 나타난 ‘비밀 행정주의’ 등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소프트웨어보다는 하드웨어에 치중하는 빈곤한 국정철학 △전 정권과의 단절만 꾀하는 정략적 행태 등을 꼽으면서 이제라도 ‘정부3.0’에 걸맞은 행정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11일 아주경제의 ‘역행하는 정부3.0’ 전문가진단에는 △강황선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연정 배재대 공공행정학과 교수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가나다순) 등이 참여했다.
모든 전문가들은 지난해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여전히 정부조직의 관료주의 및 부처 칸막이 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데 동의했다. 그 대안으로는 적극적인 정보공유 등을 통한 열린 시스템 구축을 꼽았다.
강황선 교수는 “작금의 사태는 정부기구 등 하드웨어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 문제”라며 “박근혜 정부는 위기가 발발하면, 기존 담당 조직은 해체하고 새로운 기구를 만들고 있다. ‘정부3.0’은 부처 간 협업에 국한하는 게 아니라 타 부처와의 정보공유 등 소프트웨어를 개혁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연정 교수는 “폐쇄주의에 기반하는 박근혜 정부의 전반적인 행정시스템이 오작동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3.0’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것”이라며 “공무원 조직의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정보 공개가 전제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진 교수도 “메르스 사태에서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이 총체적 부실에 직면했다는 게 드러났다”며 “그 원인의 정점에는 잘못된 인사시스템이 있다. 부실한 인사시스템과 박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가 맞물리면서 위기관리대응의 부실로 이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전 정권과의 단절도 문제…대통령 결단해야”
5년 단임제 특성상 ‘과도한 업적주의 ’가 위기관리능력의 부실로 귀결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강 교수는 “현 정부가 이전 정부와의 무차별적 단절을 강조한 것도 한 원인”이라며 “관료주의나 부처 간 칸막이 등을 타파하기 위한 방안으로 김대중 정부의 ‘이음새 없는 정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등 많은 혁신 시스템이 만들어졌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이전 정부에서 추진한 좋은 정책들이 없어졌다”고 꼬집었다.
청와대에 있던 위기관리 매뉴얼이 각 부처로 떠넘겨지면서 청와대가 위기대응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임수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민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가 감염병 등 국민안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었던 매뉴얼 2622여개가 청와대에서 각 부처에 떠넘겨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강 교수는 “이전 정부의 좋은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소프트웨어 개혁을 위한 인센티브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결국 일하는 사람은 공무원”이라고 말했다.
국정의 리더십 전환과 전면적인 인적쇄신에 대한 주문도 나왔다. 정 교수는 “행정의 최고 권한을 가지고 있는 분은 대통령”이라며 “위기 때 이를 총 지휘할 컨트롤타워는 어디인지,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결단을 촉구했다.
최 교수는 “뒤늦게, 또한 한 박자 느리게 결정하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바꾸고, 지난 2년여 동안 제대로 한 적이 없는 전면적인 인적개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