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머리’보다는 ‘몸’으로 실천해야 할 때

2015-06-07 14:20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기자는 국방부로부터 소집명령을 받아 1994년 7월 4일 서울 근교의 한 부대 훈련소에 입소해 1년 6개월 동안 보충역 단기사병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소위 말하는 ‘마지막 방위’였다.

4주간의 훈련소 생활을 마친 뒤 배치받은 자대는 동원사단이라 불리는, 즉 평시에는 최소의 인원으로 부대를 유지하다가 전쟁이 발생하면 향토 예비군을 징집, 완편 사단으로 재편해 전투에 임하는 간편사단이었다. 단기사병이지만 하루 복무 시간 및 훈련 기간에는 현역병 막사에서 그들과 생활하며 동일한 훈련을 받는 부대에서 근무했다.

간편사단 장교와 병사들의 주된 임무는 최상의 전투능력을 유지와 함께 예비군을 징집했을 때 그들이 단기간에 현역병과 동일한 수준의 전투능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훈련을 진행하고 전쟁을 이끌어 가는 것이다. 예비군들은 군 복무를 마쳤지만 사회에 복귀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군시절 행동양식을 잃어버릴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동원사단은 예비군 훈련을 통해 그들이 군인이었던 경험을 되살릴 수 있도록 한다. 현역병들은 이들을 위해 ‘조교’로서 시범을 보인다. 시범이라는 활동은 머리를 쓰고 생각하라는 게 아니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고민할 시간이 얼마나 될까. 고작 1~2초? 그 때는 살아남기 위해 몸이 저절로 움직여야 한다. ‘FM’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야전교범을 끊임없이 반복 학습하면서 상황이 닥쳤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몸으로 터득하게 하기 위해 훈련을 하고, 이를 예비군이 따라할 수 있도록 한다.

다시 말해 훈련의 목적은 자신이 닥친 상황에서 나를 살리고 동료를 구하면서 적과의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 실천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장교나 병사가 톱니바퀴처럼 연결돼 시스템적으로 실천이 진행돼야 한다.

이런 과정은 기업의 생산현장, 나아가 국가 재난사태가 발생했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사업장 생산현장에는 아침 조업에 들어가기 전 작업반장 주제로 조회시간을 갖는데, 조회는 '안전'과 함께 '중지'라는 구호를 외치며 끝난다. '안전'은 직원 개인이 상해를 입지않도록 안전수칙을 지키며 작업에 임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다. '중지'는 사고가 날 상황을 목격했거나 조업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을 때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막내 직원이라도 조업을 중단시킬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에서 진행된다. 평소에 '중지'를 자주 연습해야 상황이 닥쳤을 때 주저하지 않고 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리스크 경영의 지향점은 예측 불가능한 다수의 상황에 기업이 직면했을 때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대응방향을 작성하고, 이를 실천토록 하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대규모 사건과 사태가 발생했을 때,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 동일한 종류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 사태가 발생했을 때에는 무엇이 가장 시급할까. 바로 확산을 막는 것이다. 사태를 막으려면 실천해야 한다. 앉아서 숫자만 쳐다보면서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 숨기려고만 하지말고 솔직하게 현재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사태를 막기 위한 다양한 실천 요소들을 빠르게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세스는 최고 권력권자의 명령이 떨어져야 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사건에 개입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마치 시스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지적만 하며 책임소재만 가리는 시간만 실천에 쏟아 붓는다면 한명의 귀한 생명을 더 살릴 수 있을 텐데. 지난해 세월호 사태와 올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상황을 지켜보면서 끊임없이 던지는 아쉬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