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국내 OTT서비스, '온실 속 화초'로 키워선 안 돼
2015-02-01 18:05
요즘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영상 플랫폼 OTT(Over The Top)서비스의 광고 문구다. OTT는 누구나 쓸 수 있는 범용 인터넷망에 동영상 콘텐츠를 실어 나르는데, 다른 유료방송보다 훨씬 싼 가격에 원하는 방송과 영화를 볼 수 있다. 특히 다양한 단말기를 통해 접속할 수 있어 TV 기반의 전통적인 방송 시청 행태를 빠르게 바꿔가고 있다.
해외에선 이미 미국 온라인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업체인 넷플릭스의 공세로 코드 커팅(Cord Curting:모바일 기기로 시청하기 위해 기존 케이블TV를 해지하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선 CJ헬로비전의 티빙이 서비스 시작 4년여만에 20배 이상 가입자를 늘리며 가입자 680만명을 돌파했고, 국내 N스크린 가입자는 케이블TV, IPTV 가입자 수를 크게 웃도는 2000만명을 넘어섰다. 이쯤 되면 앞으로 OTT를 접목하지 않은 TV는 '바보상자'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OTT가 업계에서 미래형 방송서비스로 떠오르자 정부도 지원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2월 OTT를 '네거티브·최소·자율규제'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또 올해 하반기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부터는 스마트폰과 PC, VOD 등을 포함한 통합 시청률을 본격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시청률 체계는 광고 분배 등에서 OTT 사업자에게 이전보다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케이블TV나 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의 OTT 서비스는 법적 근거가 명확지 않아 방송시장의 균형을 깨뜨릴 소지가 크다. 현행법상 OTT는 방송법과 IPTV법 그 어느 쪽에도 규제를 받지 않는 '부가통신서비스'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가령 티빙을 서비스하는 CJ헬로비전은 권역 제한으로 케이블TV 가입자 유치가 어려워지면 모바일로 눈을 돌려 가입자를 무한대로 늘릴 수도 있다. 꼼수 논란이 불거져도 법적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제재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특히 모바일을 통한 가입자 늘리기 편법은 양방향서비스를 할 수 없는 위성방송에는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방송과 N스크린을 합친 통합 시청률이 도입되고 OTT 업체 스스로도 TV를 대체할 서비스라고 주장하는 마당에 OTT를 방송이 아닌 부가통신서비스로 보는 것은 타당치 않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이미 지난 2013년에 "OTT가 다채널방송사업자(MVPD)의 대체재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며 "기존의 핵심적인 전송 플랫폼과 함께 방송 콘텐츠 전송 플랫폼으로 분류한다"고 명시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며 국내 미디어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다. 오는 2016년 OTT 서비스의 원조 격인 넷플릭스가 국내에 상륙하면 국내 방송시장은 국경을 넘어 피 말리는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하게 된다.
OTT 등 N스크린 서비스 확대에 따른 '코드 커팅, 제로TV 가구 증가'는 이제 남의 얘기가 아니다.
OTT를 뺀 통합방송법 논의도 무리가 따른다. 스마트폰에서 보던 방송 콘텐츠를 대형 TV 화면으로 옮겨 본다면 현행법상 부가서비스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방송법상의 서비스가 이뤄지는 것 아닌가?
유독 국내에서만 OTT만을 통신서비스로 보고 온실 속 화초처럼 키우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OTT를 방송의 범주에 포함하고 사고의 폭을 넓혀야 한다. 방송을 TV로만 보는 시대는 이미 지난지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