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동결, 저유가 장기화… "정유·화학 유리해"
2015-06-07 11:52
정유사와 화학업계의 경우 저유가에 따른 수요 증대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개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의 예상대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정례회의에서 최소 6개월간 석유 생산량 목표치를 유지하기로 했다. 미국 셰일오일 등과의 시장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는 OPEC은 지난해 11월 정례회의에서도 산유량을 동결하는 등 유가 폭락에 따른 재정압박에도 산유량 감산을 배제하고 있다.
OPEC의 이번 결정으로 저유가 상황은 장기화될 것이 예측된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리비아 등은 시장 점유율을 우선시 해 석유 생산량 증대 노력을 지속하는 중이다. 특히 선진국 제재 해제 후 석유 수출을 크게 늘릴 계획인 이란이 핵협상 최종 타결을 앞두고 있다.
이에 대치되는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업체들은 저유가 상황을 예상보다 잘 버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유를 수입하는 한국은 이런 저유가 상황이 기본적으로 수요확대 요인으로 작용해 긍정적이다. 전문가들은 저유가가 국민소득 증대와 물가 하락에 의한 소비 및 생산 증대 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 경기가 부진해 디플레이션이나 산유국 외환위기 리스크가 현실화될 우려도 상존한다.
코트라는 “저유가가 산유국 재정에 심각한 위협으로, 현지 수입물가의 상승과 수입시장의 위축이 나타나 한국산 수입 감소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이란의 경우 현지 최종소비자의 저조한 구매력으로 한국산보다 가격경쟁력에서 우위인 중국제품을 선호하면서 수입선을 변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에콰도르는 전자제품, 자동차, 자동차부품에 대한 수입제한 조치(쿼터제)가 유가하락 이후 한층 강화되면서 한국산 주력 품목의 수출 감소를 야기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에선 유가하락에 따른 루블화 평가절하로 러시아 생산 수입브랜드 차량의 가격경쟁력이 확보되면서 카자흐스탄의 대러 자동차 수입은 확대되는 반면 기아·쌍용자동차 등 한국제품 수입은 감소세다.
세계 무역구조가 내수중심, 서비스 중심으로 바뀌면서 수출 중심, 제조업 중심 국가들의 경기부진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수출 부진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대부분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엔 글로벌 경기의 회복세 부진으로 최종재 수요가 저조한 탓도 있지만, 선진국의 제조업 회귀현상, 중국의 내수중심 성장전략 등 무역구조 변화로 중간재 교역이 위축된 것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유가와 밀접한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등 국내 정유사와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 화학 대기업의 경우에는 유가 폭락 시 재고평가손 등의 타격을 입었지만, 저유가에 안착한 현 상황은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유사 관계자는 "저유가가 지속되며 석유수요가 점진적으로 살아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정제마진이 당분간 개선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화학업계도 원료값과 연동한 제품가격의 하락으로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하락세로 전환하긴 했지만 석유화학 핵심 설비인 납사 크래커(NCC)의 마진이 여전히 견조하다"며 "원료인 석유 납사의 가격 안정화가 NCC 설비의 수익성에 더욱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 오일 포럼을 개최한 에너지 정보업체 플래츠의 존티 러시포스 이사는 "한국의 정유사들은 1년 전과 비교할 때 지금 훨씬 좋은 상황"이라며 "1년 전에는 유가가 높은 가운데 중동과 중국 등지에서 정제시설이 늘어나 호주와 일본의 몇몇 정유사들이 문을 닫았다. 그런데 1년이 지나 원유 가격이 낮게 유지되며 정유사들이 많은 이익을 얻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올해 중동, 중국, 인도 등에서 정유시설들이 신규 가동에 들어가, 정유사의 황금시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