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철강업계, 한국·중국 등 5개국 내식강제품 반덤핑 및 상계관세 제소

2015-06-04 15:00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미국 철강업계가 자국으로 수입되는 한국 등 5개국산 내식강 제품에 대해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제소했다.

코트라 워싱턴 무역관에 따르면 유나이티드 스틸, 뉴코어, 스틸 다이나믹스, 캘리포니아 스틸 인더스트리, 아르셀로미탈 미국법인, 에이케이 스틸 등 미국의 6개 철강업체는 3일(현지시간) 한국, 중국, 인도, 타이완, 이탈리아의 내식강 제품이 미국에서 공정가격 이하로 판매되고 있다며 미 상무부와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제소하고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사를 요청했다.

내식강 제품은 아연, 알루미늄 등으로 코팅해 쉽게 부식되지 않도록 처리한 철강제품으로 자동차, 트럭, 가전제품, 기계장비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제소업체들이 주장하는 덤핑마진은 한국이 80.06%, 중국 120.20%, 인도 71.09%, 타이완 84.40%, 이탈리아 123.76% 등이다.
5개국이 제소대상이 된 원인으로는 수입금액 기준으로 중국이 1위, 타이완이 3위, 한국 4위, 인도 5위, 이탈리아가 7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의 지난해 기준 수입시장 점유율은 각각 20.34%, 17.12%, 12.34%, 11.24%, 2.94% 등이었다.

또한 2013년 대비 2014년 수입증가율도 중국이 166.00%, 대만이 63.65%, 한국 28.02%, 인도 58.86%, 이탈리아 149.25%에 달했다.

반면 2위인 캐나다(점유율 18.52%)와 6위 멕시코(6.76%)는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 회원국인데다가 수입증가율도 각각 5.62%와 11.14%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 제외됐다.

특히 중국은 캐나다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서며 직접적인 견제를 받게 됐고, 여기에 미국과 FTA를 체결한 한국도 FTA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발휘되면서 수입량이 급장하자 제소를 통해 견제하려는 모습이다. 향후 한·미 FTA 활용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점검해 봐야 할 대목이다.

제소를 접수한 상무부는 20일 안에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사 착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상무부가 조사를 개시할 경우 ITC는 제소 후 45일 내에 산업피해 예비판정을 발표한다.

코트라는 이번 상황은 미 의회의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사 강화 움직임에 따른 미국 철강업계의 반응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지난달 미국 상원 통과에 성공한 무역 원활화 및 무역집행법(Trade Facilitation and Trade Enforcement Act)은 반덤핑 및 상계관세 회피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ITC의 산업피해 조사에 판정 요소를 추가했다.

해당 법안은 미국 업체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거나 조사기간 동안 실적이 향상됐다는 이유만으로 산업피해가 없다고 판정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미국 산업에 대한 영향을 분석할 때, 미국 산업의 영업이익에 치중하지 않고 총 수익 및 매출도 고려해야 하며, 미국 업체의 채무상환 능력, 자산수익 등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미국시장 규모를 측정하는 방법도 수정해 수입제품에 대한 비중이 과소평가되지 않도록 규정했다.

코트라는 해당 규정에 대해 미국 하원도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어, 의회 통과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판단되며, 해당 규정이 포함된 법안이 미 행정부에 절실한 무역촉진권한(TPA) 회생 법안과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오바마 대통령 역시 법안에 서명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케이틀린 웨버 애널리스트는 “(미국) 의회와 대통령이 해당 조항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과 이번 (철강업체들의) 제소가 우연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이번 반덤핑 및 상계관세 제소가 미국 의회의 조사 강화 움직임에 따른 반응이라고 평가했다.

코트라는 해당 법안 발효 이후 철강 및 기타 제품에 대한 제소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므로 미국 의회 및 행정부 동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