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중국해 분쟁에 '한국 동참' 압박… 러셀 차관보 발언 파장

2015-06-04 11:11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 미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워싱턴DC 외교가에선 중국의 부상에 위협을 느낀 미국이 주요 현안을 고리로 우리나라에 동참을 압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3일(현지시간) 미·중 간에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한국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러셀 차관보는 이날 워싱턴DC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 공동 주최로 CSIS 회의실에서 열린 한·미전략 대화 세미나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한국의 역할을 묻는 말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밝혔다. 

러셀 차관보는 "한국은 국제질서에서 주요 주주로서의 역할과 더불어 법치국가로서의 역할, 무역국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이 이번 영유권 분쟁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한국이 목소리를 높여야 할 더 많은 이유를 제공해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자국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보편적인 원칙과 법치를 위해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와 일본의 영유권 분쟁이 미·중간 대치로 이어진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 정부의 입장 표명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셀의 발언은 미·중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민감한 이슈와 관련해 한국 정부로 하여금 미국 쪽에 줄을 서라는 간접적인 압박의 성격이 짙다. 

남중국해는 중국과 대만,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6개국이 영토권 분쟁을 벌이는 곳이다. 최근 이곳은 인공섬 건설 등 영유권 공세를 대폭 강화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이 직·간접으로 영유권 분쟁에 개입을 확대하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사안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과도 무관치 않다. 중국은 아·태 지역에서 세력 확장에 본격 나섰고 미국은 일본, 필리핀, 베트남 등과의 공조를 바탕으로 대중 압박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필리핀과 베트남은 합동군사훈련 실시 등 미국과의 연대를 강화하며 중국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미국은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에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중국의 패권주의 확대 시도를 비판할 정도로 이번 사안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