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냐 추진이냐... 법 울타리 밖에서 비행하는 ‘드론’

2015-06-03 16:20

드론 (미연방항공청 자료사진)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최근 드론의 보급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안전사고와 사생활침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드론을 특정해 규제하는 법이 없어 기존 항공관련 법규를 적용하고 있다. 드론 이용으로 기대되는 편리성과 안전과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나가야할지 규제당국도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지난달 27일 국토교통부는 드론 사용이 증가하면서 법규위반이 늘고 있다고 지적, 취미용 드론과 상업용 드론에 상관없이 모든 조종자자 지켜야 할 준수사항을 공개했다.

항공법에서 규정한 조종자 준수사항에 따르면 무게와 비행목적 등에 상관없이 모든 드론은 일몰 후 야간비행과 비행장 반경 5.5㎞이내 비행금지, 또 비행금지구역과  150m 이상의 고도,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의 상공 비행을 금지했다. 이 준수사항을 위반할 경우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현재 드론 비행 허가 신청은 수도방위사령부와 국방부, 국토교통부가 각기 받고 있어 복잡하다. 서울 전역은 수방사 담당이며, 서울을 벗어난 비행제한 구역의 허가는 국방부에 신청해야 한다. 또 일반 지역은 국토교통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업계관계자는 "우리도 잘 몰라 주무부서 공무원에게 문의하면 담당자도 오락가락한다"면서 "이제까지 무게 12Kg 이상의 드론만 규제해왔으나, 최근 12Kg 이하 드론도 상업용 목적이라면 모두 신고해야한다는 공문이 내려와, 앞으로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DB]


세계 각국도 드론 규제에 나서고 있다. 드론을 이용한 테러와 사고대책 등 안전 측면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지만 과도한 규제는 혁신을 저해한다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동시다발테러를 겪은 미국은 드론이 테러리스트들에게 악용되는 사태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미연방항공청(FAA)은 지난 2월 드론의 상업적 이용에 대한 규제를 발표하면서 조종사의 시야에서 벗어난 드론 이용을 제한하는 등 규제를 강화시켜 업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드론을 이용한 택배사업을 구상 중인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당국 규제를 피해 캐나다에서 시범배송을 시작했다. 캐나다는 드론의 상업적 이용을 추진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중국도 베이징 등 일부 지역의 이용을 금지시키고 있으나,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드론을 이용한 시범배송을 허가했다. 중국이 드론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일본정부는 2일 드론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총리관저 옥상에 드론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규제 방안에는 야간비행, 번화가, 주택밀집지역, 공항주변의 비행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안전대책이 충분이 구비된 언론기관 등 사업자의 드론 이용은 일부 인정했다.

칠레는 드론에 대한 규제가 없었으나 지난 4월 드론 중량을 6kg 미만으로 제한하고 추락시를 대비해 낙하산 장착도 의무화시켰다. 태국의 경우 올해 비행시간과 구역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시작했으며, 사생활보호를 이유로 일반시민이 카메라를 탑재한 드론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위반했을 경우 1년의 징역형과 벌금형에 처해진다.

드론의 급격한 확산은 스마트폰의 보급과 관련이 깊다. 드론은 GPS, 수평센서, 배터리 등 관련 부품을 스마트폰 부품으로 조립한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이들 부품 가격이 인하되면서 저렴한 드론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한국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드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 않으나 각국의 선례를 연구해 국내 상황에 맞는 법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