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샤, 초심경영으로 실적 부진 정면 승부
2015-06-04 00:01
주력 브랜드 '미샤'의 성장이 둔화됐고, 한국에 이어 두 번째로 집중했던 일본 시장의 초엔저(100엔당 800원대 진입) 현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실적에 적색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업계는 서 회장이 힘든 상황을 회복하기 위해 다시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는 '초심 정책'으로 되돌아갔다는 관측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장기 실적 부진에 빠진 '미샤'로 인해 창립자인 서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샤는 서 회장이 2000년에 만든 화장품 브랜드다. 가격 거품을 빼겠다며 배송비 3000원에 부가세 10%(300원)를 붙여 3300원 짜리 화장품을 판매했다. 이렇다할 광고도, 매장도 없었지만 결과는 대박이었다. 소비자들은 가격 대비 좋은 품질의 화장품이라며 열광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대기업이 독점해온 국내 화장품 시장에 '여대생 화장품'으로 불리며 '저가 화장품' 열풍을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10년대부터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실제로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2012년 이후로 줄곧 내리막길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매출액 4522억원에서 이듬해는 4424억원, 지난해 4383억원으로 꾸준히 하락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536억원에서 67억원으로 3년만에 87% 급감했다. 올 1분기 매출 역시 876억원으로 전년 동기(965억원) 대비 9% 이상 줄었다.
최근에는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등 후발 주자에 밀려 10년간 고수하던 브랜드숍 1위 자리도 내줬다.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해 "빅모델을 통한 고가화장품 전략과 수입브랜드와의 '비교마케팅'으로 논란이 되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변했다"라고 지적했다.
실적을 만회하기 위한 행보로 서 회장은 다시 초저가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브랜드가 소비자의 인식속에 어떻게 자리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며 "이것을 깨겠다고 꿈꾸지 말라.(마케팅이 산으로 간다)"고 말했다.
또 "2010년 시작했던 비교마케팅으로 미샤가 변질되기 시작했다"며 "화장품 시장을 재편하겠다고 시작한 미샤가 그저 그런 브랜드숍으로 변해버린 현실을 자각하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업계는 실적부진을 탈출하기 위한 서 회장이 고민이 결국 '저가마케팅'으로 귀결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미샤는 올해부터 다시 5000~1만원대 저가 화장품을 공격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지난 2월 4800원대 'M 매직쿠션'은 출시했고, 최근에는 'M 매직쿠션 모이스처', '베티붑 에디션' 등 6800원대 에어쿠션을 잇따라 출시했다.
이 회사의 또다른 브랜드 어퓨 역시 4800원대 '에어 핏 쿠션', '가필드' 쿠션 등을 연달에 내놓고 있다. 일반 화장품 브랜드의 비슷한 제품이 3~7만원대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가격이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1만원대 미만의 쿠션은 동종업계 최저 수준의 가격으로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다"며 "저렴한 가격의 혁신적인 품질로 승부하라는 서 회장 지시에 맞춰 출시되는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제품은 국내 고객 뿐아니라 중국, 일본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회사 예측 수요보다 3~4배 이상 판매 속도가 빠르다"며 "이번 실적이 반영되는 2분기부터는 실적 개선을 기대할만 하다”고 전했다.